웅진케미칼, 퇴근 독려·격 없앤 회식자리
고정관념 깬 조직문화에 직원들 신바람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1. 회식자리에 앉은 웅진케미칼 A본부장. 사무실 컴퓨터를 끄기전 인터넷에 검색한 유머로 먼저 분위기를 풀었다. 신입사원이 고른 오늘의 메뉴 '채끝살'을 굽기 위해 A본부장이 팔을 걷고 나섰다. 회식이 끝날 무렵 '센스있는' A본부장은 슬그머니 일어나 계산을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2차 눈치를 보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먼저 택시에 올랐다.
#2. 23일, 수요일 오후 6시. 정각을 알리는 휴대폰의 알람소리와 함께 방송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퇴근'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박찬구 대표. 퇴근을 독려하는 그의 방송에 다들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떠났다.
웅진케미칼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첫 번째 상황은 웅진케미칼의 변화된 회식문화의 한 단면이고, 두 번째는 '땡 Day'로 불리는 일찍 퇴근하는 날의 풍경이다.
24일 웅진케미칼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의 조직문화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본부장 즐겨찾기'와 '땡Day'다.
본부장 즐겨찾기는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회식자리를 바꾸자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문화혁신 프로그램이다. 회식의 메뉴는 사원이 정하고, 재미있는 유머를 준비하고, '웰던'으로 고기를 구워주기, 술은 원하는 만큼 마시기 등 8가지 다짐으로 이뤄져 있다.
웅진케미칼 관계자는 "본부장 즐겨찾기 다짐 내용을 인트라넷 망을 통해 전 사원들이 공유하고, 액자로 제작해 각 본부장의 책상위에 비치했다"고 말했다. 웅진케미칼에 따르면 본부장들의 실천의지를 담은 다짐은 박찬구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회식자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주고받던 대화중에 조직 문화의 변화를 위해 정착시킬 내용들을 추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존의 딱딱한 회식자리가 임원들이 아닌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업무의 연장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본부장급 임원들이 의식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웅진케미칼의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달 들어 웅진케미칼은 매줄 수요일을 '땡 Day'로 정했다. 정각 6시가 되면 퇴근을 하는 제도다. 말로만 그치는 제도가 아니다. 오후6시가 되면 경쾌한 음악과 함께 퇴근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안내방송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찬구 대표다. 웅진케미칼의 한 직원은 "처음에는 일반 남자직원이 안내방송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박 대표였다"고 귀띔했다.
회사의 이 같은 변화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즐겁다. 웅진케미칼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변화된 제도덕에 임원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임원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소통의 시작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웅진케미칼 관계자는 "직원들이 더 근무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같은 부드러운 조직문화를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발굴,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