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포르투갈 의회가 긴축예산안을 부결하면서 소수여당인 사회당 정부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총리 퇴진에 따른 조기총선 실시로 정치적 공백상태가 이어짐에 따라 막대한 재정부채가 쌓인 포르투갈이 그리스·아일랜드에 이어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커졌다.
포르투갈 의회는 23일(현지시간) 집권 사회당 정부가 내놓은 긴축예산안을 부결했다. 제이미 가마 포르투갈 의회 대표는 "정부의 긴축예산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아니발 카바쿠 실바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성명을 통해 “포르투갈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실바 대통령은 오는 25일 각 당 대표들과 만나 사태를 논의하는 한편 소크라테스 총리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현 내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5일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의회가 긴축예산안을 부결한다면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면서 “정치적 위기가 지속된다면 재정 위기가 악화되고 결국 외부의 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야당인 포르투갈 사회민주당은 총선에서 집권할 경우 EU의 구제금융을 받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재정위기 심화 우려에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긴축안 부결 후 유로·달러환율은 뉴욕시간으로 오후 5시 0.8% 떨어진 1.408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포르투갈 5년만기 국채금리는 8.202%로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10년만기 국채금리와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10년물 간 스프레드(수익률 격차)는 439bp로 벌어졌다.
니콜라 마이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그 동안 포르투갈이 자력회생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EU의 긴급구제 자금 수혈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크 카일루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이코노미스트도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 “부채위기 해결책이 진전을 이루지 못함에 따라 시장은 더 악화될 것이며 포르투갈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BS는 포르투갈 정국혼란에 따른 긴축예산·구제금융 수용 지연으로 국제시장 투자자들의 포르투갈 국채 매도 규모가 800억유로(약11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