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재정난에 빠진 포르투갈 정부가 결국 붕괴 직전 위기에 몰렸다. 집권 사회당 정부가 내놓은 긴축 예산안이 의회에서 결국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최대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섬에 따라 23일로 예정된 포르투갈 의회 표결에서 긴축예산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의회 전체 230석의 과반 이상인 11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현재 사회당 정부는 97석만을 차지하고 있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예산안이 부결될 경우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이 부결될 경우 집권 사회당의 내각 총사퇴 및 조기총선 실시로 이어지며 이 기간 동안 포르투갈은 적어도 2개월 이상 정치적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재정부채가 쌓인 포르투갈이 그리스·아일랜드에 이어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커졌다.
프란시스코 아시스 사회당 대표는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라면 내각 총사퇴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총리는 사임을 원하지 않지만 반대파들에 둘러싸인 상황”이라면서 “부채위기 해결이 시급한 가장 최악의 시기에 정국 불안을 초래했다”고 야권을 비난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5일 긴축안 부결 가능성을 이유로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3'으로 강등하고 등급전망은 ‘부정적(Negative)’로 제시했다.
22일 포르투갈 10년만기 국채금리는 7.68%로 전일 7.53%보다 상승했으며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10년물(분트) 간 스프레드(수익률 격차)는 443bp로 벌어졌다. 이는 지난 9일 기록한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역대최고치 7.70%에 육박하는 수치다.
포르투갈 사회민주당은 총선에서 집권할 경우 EU의 구제금융을 받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전문가들은 포르투갈 국채금리가 연일 7%대 이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더 버티는 것은 무의미하며 결국 구제금융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콜라 마이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포르투갈 정부는 이번 주 내로 붕괴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그 동안 포르투갈이 자력회생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EU의 긴급구제 자금 수혈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토프 베일 코메르츠방크 선임이코노미스트도 “포르투갈이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피터 채트웰 크레디아그리콜 채권투자전략가는 “시장이 차기 정부가 부채위기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면 충격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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