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업인 자녀 위해 400억 들여 개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작년까지 학교 근처 고시텔에서 보증금 200만원에 월 40만원을 내면서 생활 했어요. 건물이 낡아 여러모로 불편했고 무엇보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탓에 월세가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농협장학관'에 들어와 월 15만원으로 호텔 같은 생활을 누리고 있어요."
동덕여대 3학년에 재학중인 이모양(22)은 농업인 대학생의 기숙시설인 '농협장학관'에 들어오게 된게 그 누구보다 기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농촌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는 학비 못지 않게 매월 들어가는 방세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농협이 전액 출자한 농협문화복지재단은 이양 같은 농촌 대학생들을 돕기 위해 무려 403억원을 들여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 '반값 기숙사', 농협장학관을 건립했다.
민간 기업이 특정학교에 기숙사를 지어 기부하는 경우나 지자체가 지역출신 학생들을 위해 서울에 기숙사를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민간 공익기숙사'는 농협장학관이 처음이다.
이 같은 장학관 건립은 우수 농업인 자녀의 서울 유학생활을 지원해 농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농업·농촌의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는 농협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 농협장학관
지난달 말 문을 연 이 장학관은 연면적 1만5537㎡(4680평)인 5층 건물로 500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생활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입주 학생이 한 달에 15만원만 부담하면 학습 기자재와 욕실이 딸린 '2인 1실'의 깨끗한 숙소에 국산 농축산물로 만든 하루 세끼의 웰빙식사가 매일 제공된다. 일반 대학교들의 기숙사과 비교하면 반값 이하로 학창시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셈이다.
이 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 환경이 구축된 100석 규모의 독서실, 스터디·동아리 등의 소모임실, 최신 헬스 기구가 배치된 체력단련실, 46인치 대형LCD TV, 자판기, 냉장고, 싱크대 등이 설치된 휴게실, 무인택배 보관실 등 초현대식 시설을 자랑한다. 웬만한 호텔 못지 않다. 때문에 그 수준이 국내 장학관 중 최고라는 평이다.
이렇다 보니 농협장학관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지원자격은 농업인 자녀 대학생 중 성적 우수자로 재단측은 학업성적 및 가정형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선발할 예정이다. 올해는 1학년 170명, 2학년 130명, 3학년 110명, 4학년 90명 등 500명이 선발됐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일고 있는 전세대란과 재개발로 인한 하숙집 구하기가 어려워 학생들이 쪽방, 옥탑방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농협장학관의 개관은 대학생 자녀를 둔 농업인들의 경제적·정신적 부담경감이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받는 월세도 기금으로 조성해 농업·농촌이나 소외이웃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 재원으로 값지게 쓴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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