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량 줄어 산지가격 4년반 만에 큰폭 상승
정부, 이달 말부터 비축미 방출키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쌀값이 4년 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오름세가 심상찮다. 매년 하락세만 지속하던 쌀값이 지난해 11월 반등한 이후 점차 상승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일반식품 가격이 오르면 다른 품목으로 대체할 수 있다지만 쌀은 그럴 수도 없다. 이에 정부는 이달 말 보유중인 쌀을 풀어 가격 안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2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한 가마(80kg)당 14만9124원으로 열흘 전 조사가격(14만6960원)보다 1.5%(2164원) 상승했다. 이 상승폭은 2006년 8월 중순 14만9544원에서 15만2032원으로 1.7% 상승한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쌀값은 매월 5일, 15일, 25일 세차례 열흘 간격으로 조사되는데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나타나는 2% 안팎의 가격 변동폭은 구곡에서 신곡으로 바뀌는 시점인 만큼 쌀값 동향 파악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산지 쌀값은 2008년 10월 초 최고점(16만5000원)을 찍은 후 지난해 9월 하순 최저점(12만8000원)을 찍을때까지 2년여 동안 내리막을 탔다. 이어 지난해 11월 5일 반등한 이후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쌀값 14만9124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인 3월 중순(13만9116원)과 지난해 10~12월 수확기(13만7416원)와 비교하면 각각 7.2%, 8.5%나 오른 가격이다.
특히 쌀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충남, 전북, 전남지역이 크게 상승하는 등 최근 5년 평균 가격(14만8875원) 보다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소비자 가격도 2월엔 17만6006원(80kg)을 나타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수확기에 비해서는 2.8% 높게 형성됐다.
이런 오름세는 무엇보다 지난해 쌀 수확량이 429만5000t으로 전년(491만6000t)에 비해 62만1000t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또 도정수율(벼를 빻아 쌀을 얻는 비율)도 69%로 평년(72%)보다 3%포인트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미곡종합처리장(RPC)의 벼 재고량 감소, 돼지고기 및 과채류 등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쌀 대체 소비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산지 쌀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농식품부는 분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달 말 보유중인 쌀을 시장에 방출해 가격 안정에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25일 산지 쌀값을 검토한 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전건호 식량정책과 서기관은 "최근 쌀값 상승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이달 말에는 평년 동기 가격보다 3% 이상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10월말 정부의 쌀 재고는 153만t으로 추정돼 비상시 대비 비축물량인 100만t을 제외해도 53만t의 여유재고가 있어 보유물량은 충분하다"며 "정부 비축 쌀 판매를 통해 산지 쌀 유통업체의 원료곡 부족문제가 해결되면 쌀값의 급격한 변동요인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정부 보유쌀 6만1000t을 RPC 등 산지 가공·유통업체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또 향후 쌀값이 과거 5년간 분기별 평균 가격보다 3% 이상 상승할 경우 공매방식으로 판매키로 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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