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칠순이었던 지난달 생일을 앞두고 백두산 추위 속에도 정일봉에 버들꽃이 피었다며 우상화 선전했다. 하지만 한달만에 다시 백두산이 화산폭발 가능성을 제기하며 화산 문제를 협의할 것을 우리 측에 제의해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18일 "북측이 이날 오후 지진국장 명의로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을 추진시켜 나가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우리 측 기상청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정부당국은 북측의 제의에 대해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이를(북측의 제안을)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대화의 진정성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백두산밀영 기상관측소 자료'를 인용해 "1월 말부터 정일봉 일대의 기온이 점차 풀리면서 2월10일 현재 소백수 골짜기에는 버들꽃이 피어났다"며 "올해는 여느 해보다 9일이나 앞당겨 버들꽃이 피어났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또 1월16일에 이어 지난 7일에는 낮 1시부터 32분간 햇무리 현상이 나타나 김 위원장의 생가로 선전되는 백두산 밀영 고향집의 경치가 이채로워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백두산 밀영을 고(故) 김일성 주석이 김 위원장을 낳은 생가라고 지칭하고 선전하는 곳이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우상화를 위해 이용한 백두산이 폭발가능성이 있어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의한 것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피해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백두산은 김정일이 태어나고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한 혁명의 성지인데 북한이 남북대화를 위해 백두산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무엇인가 급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해도 북한이 원하는 대북지원 등을 재개하려면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2014~2015년 백두산 재폭발을 주장하고 있다.
기상청은 백두산 화산활동과 관련, 이달 초 만일의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화산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천리안 위성을 통해 화산활동이나 화산재 확산을 감시하고 화산 분화·폭발에 대한 음파 관측소도 연내 신설하는 등 자체적인 화산감시 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백두산 화산은 946년 대규모 분화를 시작으로 1688년, 1702년, 1903년 재분화한 적이 있다.
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0년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서 겨울에 백두산이 분화하면 북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화산재가 남쪽으로 내려와 항공기를 통한 수출길이 막히고 이상 저온현상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함경도 등 반경 약 100㎞ 내에 산사태, 홍수 등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1902년에도 서인도제도 마르티니크섬의 몽펠레화산에서 화쇄류가 분출하면서 약 3만명의 시민 대부분이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백두산 폭발이 발생하면 화산재로 인해 농사가 불가능해져 식량난이 심각해진다. 또 발 이후 화산재가 편성풍의 영향으로 북한 함경도 일대의 철도, 도로, 전기,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을 무용화 시킬 가능성도 높다.
또 지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백두산의 지진 횟수가 늘고 있는데 화산 폭발 위험성에 대한 남북 간 교류협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그 필요성은 인정한다"며 "그런 논의를 위한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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