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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지진] 일본, 일본인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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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 맞아 '나보다 국민' 챙긴 공무원들, 세계가 감동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그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11일 오후 3시 진도 9.0의 강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 후 높은 파고의 쓰나미가 전 마을을 덮쳐도, 인근 지역의 원자력발전소가 잇단 폭발로 낙진 위험도가 최고치를 향해도 그들은 한결 같았다. 경찰, 공무원, 소방관 등 일본의 모든 공무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침몰하는 배와 함께하는 선장처럼 정해진 자리를 지키며 임무를 완수하기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4일자 기사에서 일본 대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미나미산리쿠(南三陸町)의 위기관리과 직원 엔도 미키(25)의 감동적인 실화를 전했다. 지진 이전까지 평화로운 어촌 마을이었던 미야기(宮城)현 남부 소재의 미나미산리쿠는 11일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1만7천 명의 주민 들 중 약 1만 명의 생사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실종자 중 대부분은 지진 후 붕괴한 건물 잔해에 깔렸거나 갑자기 마을을 강타한 파도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나미산리쿠의 위기관리과 직원 엔도 미키는 지진 발생 직후 거대한 파고의 쓰나미가 마을로 향하던 11일 오후에도 공무원으로서의 마음 가짐을 절대 놓지 않았다.


"10m 높이의 쓰나미가 오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고지대로 대피하세요" 엔도 미키는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바로 그 순간까지 미나미산리쿠의 동사무소 별관 3층 방재대책청사에 남아 끝까지 대피 안내 방송을 계속했다. 그러나 엔도 미키의 다급한 목소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피신하는 데 성공한 미나미산리쿠의 한 주민은 쓰나미가 마을을 덮친 후 살아남은 십여 명의 직원들이 청사 옥상 무선 통신용 철탑에 매달려 있었지만, 엔도 미키의 모습은 끝내 찾아볼 수 없었다고 울부짖었다.

엔도 미키의 어머니인 엔도 미에코(53) 씨는 딸의 마지막 모습을 이웃들로부터 전해 듣고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쓰나미를 이겨낸 직원들로부터 딸이 검붉은 파도에 휩쓸려 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나의 자랑스러운 딸이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한 엔도 미에코 씨는 "지금도 끝까지 방송을 하는 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며 눈물을 훔쳤다.


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서는 또다른 소방공무원이 쓰나미에 휩쓸려 파손된 소방차와 함께 나뒹굴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NHK를 통해 보도된 현지 CC TV에 잡힌 소방차는 거센 물살이 코 앞 골 목길까지 밀고 들어와도 "쓰나미가 옵니다. 어서 대피하세요"라고 안내 방송을 반복하다 마침내 거센 물살 속으로 빠져드는 장면을 보여줘 전 일본 열도를 슬픔에 빠지게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챙기는 공무원의 모습에 전세계가 숙연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파손된 소방차에 타고 있던 소방대원 대부분은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고 상당수가 쓰나미에 쉽쓸려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고 보도하고 있다. 살아있는 소방대원들은 동료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 사지에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지난 12일 자위대 소속 헬리콥터에 직접 탑승해 미야기현 일대 수색 및 구조작업을 직접 진두 지휘했다. 그는 지난 11일 지진 발생 뒤 약 한 시간 만에 긴급재해대책본부를 꾸려 전 일본 공무원들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또 지난 13일 자위대 파견 규모를 전체 병력의 절반 수준인 10만명으로 늘렸다. 미군에도 추가 지원을 요청해둔 간 총리는 이 날 밤 기자회견에 점퍼 차림으로 나타나 "일본이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이번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시체제처럼 일본인들은 공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위기를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 사회의 '배려'에 이은 공무원들의 '살신성인'이 일본 국민들의 신망을 얻어나가는 모습은 또 다른 일본의 힘을 보여준다.




태상준ㆍ김효진 기자 birdca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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