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빨리 도망가세요. 6미터가 넘는 파도가 오고 있어요."
대지진과 쓰나미의 혼란속에서도 방송을 통해 주민 대피를 호소하다 끝내 실종된 한 여직원의 소식이 알려져 슬픔에 빠져있는 일본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께, 진도 9.0의 강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직후. 미야기현 남부의 평온했던 어촌 마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에는 무선 방송을 통해 한 아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마을 위기 관리과 직원인 미키(未希·25)씨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사무소 별관 방재대책 청사에 남아 무선방송을 계속했다.
마을주민 하가타에꼬(61)씨는 "미키의 목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휴대전화만 들고 자동차로 시즈가와(志津川) 고등학교 쪽 높은 지대로 향했어요. 높은 곳에서 뒤돌아 보니 차들은 길게 밀려 있고 잇따라 경적소리가 들렸어요. 그 뒤로 쓰나미가 집을 무너뜨리며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어요"라며 몸서리를 쳤다.
피신에 성공한 한 사람은 "지진이 있은 지 약 30분 후 10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마을을 덮쳤고 살아남은 10명이 청사 옥상 무선 통신용 철탑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 중에 미키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키씨의 어머니 엔도 미에코씨(53)는 "살아 남은 직원으로부터 딸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것을 봤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끝까지 방송을 하는 딸의 목소리가 들리는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미나미산리쿠는 쓰나미가 덮쳐 1만7000여명의 주민 중 약 1만명이 생사를 알수 없는 상태다. 대부분 파도에 휩쓸렸거나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재현 기자 itbri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