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UAE)=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2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해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유수 정유업체가 장악한 1000억배럴 규모의 UAE 원유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물론 독자적인 원유 생산·운영 능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관련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10억 배럴 이상 양해각서(MOU)의 향후 일정과 실현 가능성은?
▲아부다비 정부는 3년후인 2014년 계약기간이 끝나는 주요 유전들의 재계약 협상을 진행중이다. 우리는 이들 가운데 일부 유전들에 다른 기존 계약자인 석유메이저를 대신해 참여하게 된다. MOU에서 참여 규모를 최소 10억배럴 이상의 유전이라고 명기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유전 개발과 관련해 이같은 MOU를 다른 나라와 맺은 사례가 없다. 이번 계약은 양국 최고지도자들의 강력한 정치적 지원를 등에 입고 프로젝트 착수 1년만에 체결했다.
-MOU는 양해각서에 불과한데, 구체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MOU 형식을 선택한 것은 아부다비내 주요 유전들이 아직 기존 조광권 계약에 묶여 있어 우리의 참여 지역과 방식을 법률적 효력이 있는 계약 형식으로 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이번 MOU는 칼리파 대통령, 모하메드 왕세자 등 아부다비 최고 지도자들 앞에서 공식 서명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의 원전 수주이후 성숙해가는 양국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공개적인 증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아부다비의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점을 공인해주는 문서이기도 하다.
-10억 배럴 이상 프로젝트의 참여 방식은 어떻게 되나?
▲주요 유전들은 2014년부터 만기가 찾아오는데, 이들 재계약 협상들은 통상적인 관례에 비춰볼 때 빠르면 내년부터 마무리될 전망이다. 아부다비 대형 유전들 중 적지 않은 수가 1970년대에 30~40년 단위 조광권 계약을 맺었다. 그 계약기간 만료가 2014년부터 닥치는 것. 10억배럴 이상의 유전 또는 여러 유전을 포함한 대형 국제 컨소시움에 참여 등 다양한 방식이 폭넓게 검토 될 것이다.
-아부다비가 석유 메이저 국가들 외에 우리나라를 자국 유전에 참여시킨 이유는?
▲원전 계약 체결 이후 성숙된 '100년간의 경제협력 파트너'로서의 양국 정부와 최고 지도자들 간의 신뢰가 기본 바탕이 됐다. 원전 계약 체결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아부다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아부다비 미래전략 기획부터 적극 지원할 것을 지시했고, 미래기획위원회가 신속히 투입돼 IT,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가능성을 공동 분석했다. 이런 배경에서 '에너지 안보가 취약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한국의 UAE 유전 진출'을 이 대통령과 미래기획위원회가 요청했고 아부다비 최고 통치권 차원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가 전격 수용된 것. 이 대통령은 아부다비 최고위급과 전화통화 등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했고, 몇 차례의 특사 파견과 수십 차례의 협상팀 파견 등을 통해 실무 협상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작년 여름부터 아부다비의 변화를 서서히 이끌어냈고, 가을부터는 양국 정부가 아예 공동으로 이번 발표의 준비에 들어갔다.
-탐사 리스크는 없나?
▲10억배럴 이상의 아부다비 대형 유전은 대부분 이미 생산중인 유전이기 때문에 리스크는 없다. 3개 광구의 경우도 석유공사 기술진이 직접 평가해 5억7000만달러의 발견원시부존자원량(Discovered Petroleum Initially In Place)을 확인한 상태이다. 남은 것은 '개발계획과 상업조건 협상을 통해 얼마 만큼 채굴해내느냐'의 문제다. 이번 발표는 과거의 모호했던 유전 확보 발표와는 진행 단계가 전혀 다르다.
-자원개발률 급상승의 의미는 무엇인가?
▲2007년까지 자주개발률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볼 때 일본 등 주요국은 20% 이상을 상회했지만, 우리만 4.2%로 매우 낮았다. 이번 진출로 이것이 15%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전략적 완충 수준인 20% 확보 목표에 근접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임기내에 20% 확보 목표 달성을 위해 UAE 아부다비, 이라크 등 전략 지역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3개 광구에 대한 지분 100% 참여 가능성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직접 유전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부분 재무적 투자자 역할에 치중함으로써 유전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 기존 최대 유전인 베트남 유전도 코노코 필립스 등과 공동 개발중이다. 메이저 석유회사만이 진출해있는 아부다비 지역에서 얻게 되는 실질적 개발·운영 경험은 향후 다른 지역에서 광권을 획득하는 데 큰 도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3개 광구와 관련한 주요조건계약서(HOT)라는 것은 구속력이 있는 문서인가?
▲주요 조건 계약서(Heads of Terms)는 이 대통령의 UAE 방문에 맞춰, 아부다비가 우리 측에 3개 광구를 신속하게 배정하기 위해 양국 간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본계약 체결에 앞서 주요 조건에 대해 사전 합의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서다. 다만, 협상이 진행중인 상업적 계약이기 때문에 내용 공개는 곤란하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텐데 자금조달 계획은?
▲매장량에 입각한 수익 전망이 신속히 나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민간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 석유공사 자체 프로젝트 파이낸싱 또는 민간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10억배럴 이상 프로젝트의 경우 상업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가능할 것이다. 3개 광구 프로젝트는 개발단계를 거쳐 일부 지역에서 조기 생산전까지 약 2∼3억달러 정도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석유공사 단독으로도 조달이 가능한 상태다.
아부다비(UAE)=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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