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UAE)=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탑승한 전용기가 12일(한국시간)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위해 서울공항에서 이륙한 지 1시간40분만에 인천공항에 회항했다.
이날 오전 8시10분께 서울공항을 출발한 전용기는 이륙 30여분 만에 군산 인근 서해상에서 기체 아랫 부분에 1분 가까이 "드르르륵"하는 진동과 함께 "딱딱"거리는 소음을 냈다. 이상한 진동과 소음을 느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용기의 항로가 갑자기 북쪽을 향했다. 그러더니 서해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비서진과 기자들은 술렁거렸다.
이후 미세한 진동이 이어지자 곧바로 기체 점검을 위해 회항을 결정했다. 홍상표 홍보수석이 기자들을 다급하게 찾아와 "기체 안쪽에서 딸그락 소리가 났으나 비행 안전과는 무관하다"며 "그러나 일단 안전 점검 차원에서 인천공항에 착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인종 경호처장이 조종사와 상의해 회항을 결정했으며, 이 대통령도 경호처장과 항공통제관의 보고를 받고 "곧바로 정비할 수 있느냐"고 확인한 뒤 결정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는 "미세한 결함으로 보이며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경호처는 100만분의 1이라도 위험이 있다면 점검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회항지점이 서울공항 대신 인천공항으로 결정된 것은 대한항공에서 5년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전용기의 정비를 대한항공이 담당하고 있어 인천공항에서 점검을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전용기 운항이 어려워질 경우,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도 감안됐다.
전용기를 인천공항으로 회항하기로 결정하면서, 비행기는 서해상을 수차례 선회하면서 연료를 소모했다. 장거리 비행을 위해 연료통을 가득 채운 상태였기 때문에 착륙을 위해 연료를 어느 정도까지 줄여야 했기 때문. 빠른 시간내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부 연료는 공중에서 인위적으로 쏟아내기도 했다.
1시간 이상 서해상을 빙빙 돌던 전용기의 조종사는 9시40분에서야 "곧 인천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이어 9분이 지나면서 전용기는 활주로에 안전하게 진입했다.
전용기는 9시55분부터 정비고에 이동해 긴급 점검을 받았다. 30여분이 지날때쯤 홍 수석은 "회항원인은 L2도어(비즈니스석 부근 출입구) 외부공기흡입구 에어커버 이상으로 소음이 발생했다"며 "현재 점검을 진행중이며 10분전부터 다시 급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용기는 기체 점검과 급유를 마친 뒤 오전 11시15분께 다시 활주로를 달렸다. 출발시간은 당초 계획보다 무려 3시간이나 늦어졌다. 비행기는 평소보다 속도를 더 냈다. 전용기가 UAE 아부다비에 도착한 것은 한국시간 오후 9시10분(현지시간 4시10분)께. 이날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UAE 정부측의 환영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헬기를 이용해 알아인 소재 특수전학교에 파견된 UAE훈련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특전사 장병 130명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노고를 격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정비문제로 회항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소한 정비 결함이 자칫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에 위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하루였다.
아부다비(UAE)=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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