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기아클래식이 개최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인더스트리힐스골프장을 다녀왔다.
재미교포 친구가 정원처럼 잘 가꿔진 한국의 골프장에서 싱글핸디캡을 자랑하던 필자를 '천사의 도시' LA에 위치한 퍼시픽팜스리조트로 안내했다. 하도 골프를 잘 친다고 으시대는 것이 가관이었던지 난이도가 높은 골프장으로 데려가 골프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은 술수에 걸려든 셈이었다.
1979년 개장해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골프장은 36홀 퍼블릭코스로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의 이름을 본 따 만든 아이크코스(18홀)와 베이브코스(18홀)로 구성됐다. 650에이커의 산언덕에 조성됐고, 160개의 벙커와 8개의 대형연못으로 구성된 리조트형 코스로 윌리엄 벨에 의해 완성됐다.
오는 24일부터 나흘간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스폰서인 기아클래식이 열릴 만큼 그 명성도 높다. 지난해에는 미국 내셔널골프어소시에션 선정 최고의 코스로 뽑히기도 했다. 우리를 아이크 코스로 안내한 친구는 서울에서 온 친구들의 실력을 테스트할 겸 골탕을 먹이기 위해 블루티에서 티 샷을 하자고 제의했다. 스코어카드를 보니 전장이 무려 7181야드(파73)다.
드라이브 샷을 평균 250야드 이상 보내지 않으면 '2온'이 어려운 데다 페어웨이가 좁아 정확하게 티 샷을 날리지 않고는 해저드와 러프가 미스 샷을 곧바로 응징하는 등 난이도가 높은 홀이 대부분이다. 페어웨이 우드나 롱아이언의 달인이 아니고는 레귤레이션 온은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4개의 파3홀은 특히 200야드 안팎의 전장에 벙커나 연못으로 무장해 보기를 기록하는 것도 수월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9홀을 돌고 스코어를 보니 파는 겨우 2개, 더블보기와 트리플보기까지 보태져 50타에 가까웠다. 후반 9홀도 마찬가지라 가까스로 90대 후반을 기록했다. 대신 교포친구는 핸디캡이 13인데도 80대 후반을 쳐 내기 돈을 모두 쓸어갔다.
교포친구의 전략은 남달랐다. 드라이브 샷의 비거리가 200야드 전후여서 '2온'보다는 그린 주변에 볼을 떨어뜨린 뒤 이른바 '3온1퍼트' 작전을 구사해 파 아니면 보기를 잡는 스타일이었다. 우리는 반면 오직 버디나 파만을 잡겠다고 욕심을 부린 통에 톡톡히 망신만 당했다. 욕심이 크면 화를 부른다는 성경말씀대로 잊지 못할 LA골프장의 라운드였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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