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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ECB 금리인상,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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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두고 투자분석가들의 계산이 바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ECB의 출구전략이 임박함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그동안 저금리의 혜택을 누렸던 자산들의 조정이 필요해졌다면서 유로존 주요 투자전문가들의 전망을 비교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총재는 지난 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에 “강한 경계감(Strong Vigilance)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다음 달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며 적절한 시기에 인플레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ECB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하면서 유로화가 4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고 독일 국채 2년물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로 올랐다. 독일·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 주가지수는 상승했지만 재정적자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포르투갈 등 주변부 국가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여파를 놓고 투자전문가들은 과거 선례를 참고하고 있으나 ECB가 금융위기 이후 1%의 역대 최저 금리를 2년 가까이 유지해 왔다는 점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약간의 시각차를 보였다. 댄 노리스 JP모건어셋매니지먼트 시장투자전략가는 “금리 인상 후 유럽 주식시장은 ‘소화불량’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신흥시장국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속에서도 투자가 이탈하는 것을 우려해 금리 인상 시기를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금 신흥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앞으로 1년동안 선진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증시가 유럽 시장에 비해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필립 이셔우드 에볼루션시큐리티즈 유가증권전략책임자는 다른 관점을 취했다. 그는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기조의 철회가 증시 냉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직관적으로 부인할 수 없지만, 과거 정책 흐름을 돌아볼 때 지난 35년간 일곱 차례에 걸친 긴축 국면에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주가지수가 오히려 좋은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분석 아래 경기 변화에 둔감한 금융·제약·에너지 등 전통적 방어주(Defensive Sectors)는 저조하겠으나 경기 변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광산주 등은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소매·여행업 등도 저조한 성적을 내겠지만 이 종목들은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것이다.


채권시장 동향에 대해 투자전문가들의 의견은 지금의 국채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에 대체로 일치했다. 프랭크 니콜라스 나티시스어셋매니지먼트 글로벌자산책임자는 “독일·프랑스 국채가 다소 과대평가되어 있으며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채 시장은 상대적으로 투자할만하나 만약 유가증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리스크가 높은 정크본드(High Yield Bond) 시장에서는 조정 국면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주식투자 비중을 축소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줄일 것을 추천하면서 “ECB의 금리인상 신호 말고도 국제유가 급등 같은 변수가 있음을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가장 핵심인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많은 투자가들이 ECB가 당장 다음 달이나 늦어도 5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는 것과 달리 니콜라스는 6월 인상, 연말에 한 차례 더 있을 것으로 의견을 냈다. JP모건은 올해 3차례, 내년 4차례 인상해 2012년 말에 2.7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금리 인상 속도에 관계없이 ECB의 출구전략이 유로존 핵심부와 주변부 국가들 간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데에 투자자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토비 냉글 베어링어셋매니지먼트 멀티어셋팀 디렉터는 “ECB가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성장 둔화보다는 인플레이션 대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외환투자전략책임자도 “외환시장은 유로존 주변국들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있으며 ECB의 동향이 현재 시장의 지배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투자자들의 분석 배경에는 ECB 금리인상이 너무 일찍 이루어질 경우 아직 미약한 단계인 경제 회복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이 경우 유로화는 급락하고 주요국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한편 주가도 폭락할 수 있다.


챈들러 책임자는 유로존 경제가 침체기였던 2008년 7월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몇 달 뒤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유로존 경제는 유로화 강세에 따른 수혜를 얻고 있으나 이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라면서 과거와 같은 정책적 실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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