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국가 대표 기업의 신용등급과 국가 신용등급간 어떤 관계가 있을까? 보통 국가 신용등급이 높기 마련이다. 국채 발행으로 얻어지는 자금흐름이 더 높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국민총샌산(GDP)대비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에서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국가 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신용등급 역설(credit-rating paradox)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국채발행을 감독하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 고바야시 오사무 이사는 “우리는 특정 기업의 신용등급을 설정하는데 국가 신용 등급을 한계점으로 잡지 않고 일종의 제한점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국제 신용 평가사 S&P와 무디스는 일본 6개 기업에 일본 장기 국채 등급보다 더 높은 등급을 매겼다. 두 평가사는 강한 자금 유입, 현금 보유량, 구조조정 필요, 일본의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이들 기업의 내수 시장의 시장 독점을 등급 설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들 평가사가 공통으로 최고 등급을 부여한 기업은 일본 통신사인 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Nippon Telegraph and Telephone corp.·NTT), NTT의 자매 통신 회사 NTT 도모코, 다케다 제약과 캐논이다. S&P는 이들 회사 4곳 외에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인 덴소에 AA 등급을 부여했다. 무디스는 이들 회사 4곳 외에 일본 동인도철도(East Japan Railway co.)와 도쿄가스에 Aa1을 매겼다.
일본 국가 신용등급과 관련해 무디스는 일본 신용 등급을 Aa2로 부여했었다. S&P는 지난 1월 27일, 일본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부채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국가 신용등급이 이들 평가사 기관의 등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WSJ에 따르면 채권발행과 관련한 경제 전문가들은 국가와 기업간 신용등급 설정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마쓰카와 다다시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저팬 책임매니저는 “기업 등급이 국가 등급보다 높게 매겨지는 것은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라며 “신용평가사들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투자 기준을 삼고 있는 국가 신용등급을 고려하지 않은채 일부 기업등급을 따로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은 세금을 올리거나 더 많은 화폐를 찍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가 정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업은 거시적인 경제 변수에 따라 변경되는 국가신용등급과는 달리 변덕스러운 수요와 제품 안전 문제로 신용등급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P와 무디스와 같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와 달리 자체 제품을 생산해 이윤을 얻는 기업이 국가 신용등급보다 낮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톰 번 무디스 아시아의 국채 신용등급 담당은 “정부가 파산했을 때 평가사들이 우수 투자 등급을 부여한 기업들도 같이 도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며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일본이 국가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통화를 평가절하 할 수 있다는 가정이 있지만 톰 번은 전혀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900년대 이후 어떤 국가도 그렇지 못했다”라며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예로 들었다.
채권거래자들은 더 높은 신용평가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들이 더 안전한 투자처를 제공할지라도 국채에서 손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령 기업들이 안전한 회사채 발생을 한다 해도 일본 국채 시장의 일부만을 구성할 뿐인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를 맞출 수 없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일본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거의 하지 않는다. NTT 도모코는 지난 2009년 3월 마지막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다케다 제약 대변인은 “다케다 제약이 장기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신용등급 역설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기업 등급과 국가 등급 간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점이다. 만일 일본 국가 등급이 늘어나는 부채로 다시 한번 낮아진다면 일본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장애물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고바야시 S&P 이사는 “일본의 부진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국가 등급이 다시 낮아진다면 일본의 모든 기업들이 영향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의원 기자 2u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