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국군이 그동안 미뤄왔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도입사업(FX)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FX 3차사업을 빨리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스텔스기 도입사업이 2015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중국이 최초의 자체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을 시험 비행한 것도 FX 3차 사업에 불을 지폈다. 사업이 속도를 낼경우 후보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업체가 제시한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8월 기종을 선택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현재 차세대 전투기 후보로 떠오르는 기종은 록히드 마틴의 F-35,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개량형)이다. 이중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보잉사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현지공장을 둘러봤다.
▲한국공군 주력전투기 만드는 곳에서 차세대 전투기도= 보잉의 각종시설은 버몬트(Vermont)주를 제외한 미국 49개주에 포진해있다. 지난 21일 기자가 찾아간 곳은 보잉 군용사업의 본사역할을 하는 세인트루이스 F-15 조립공장. 이공장은 건물 5층 높이로 세인트루이스 국제공항 한편에 위치해 있으며 '빌딩 067'이라고 불린다. 공장안에는 75명의 직원이 3교대로 근무하며 4개의 구역으로 구분해 일주일에 F-15전투기 1대를 만들어낸다.
1구역에서는 F-15의 날개없는 동체만 볼 수 있었다. 동체밖에는 내장된 시스템의 전선이 어지럽게 나와있어 전투기의 형태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내부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국내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제작된 날개가 조립된다고 한다.
2구역에서는 한국공군이 곧 인도받을 53번째 F-15K가 조립중이었다. 보잉은 한국공군의 차세대전투기 2차 사업분인 16대를 2012년 3월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늠름하게 서 있는 F- 15K의 동체 밖에는 1845개의 전기선이 각종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었다. 보잉관계자는 "각종 프로그램 작동여부를 검사중"이라며 "대부분의 시스템작동과 이상여부는 자동시스템으로 점검된다"고 설명했다.
3구역에서는 브레이크, 착륙기어 등을 조립중이었으며 내부시스템도 80%이상 내장된 전투기가 서 있었다. 이곳을 거쳐 전투기가 4구역에 옮겨지면 본격적인 전투기위용을 드러낸다 . 4구역에는 이미 싱가포르에 수출할 F-15 1대가 조립중이었다. 이곳에서 최종점검만 마치면 엔진과 연료를 달고 조종사가 시험비행에 나선다.
또 이 구역에서 눈여겨 볼수 있었던 것은 사일런트 이글의 핵심인 내부무기탑재실(CWBs). F-15사일런트 이글은 F-15의 최신 모델로 기체의 보조연료통이 있던 자리에 미사일 등 무기를 내장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적군의 안테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무기를 내장한 것이다.
하지만 사일런트 이글은 슬램이글에 비해 무기탑재량은 줄어들었다. F-15슬램이글의 무장량은 2만9500파운드(약 1만3381kg)로 F-35의 1.6배이지만 F-15사일런트이글은 60%가량을 줄여야만 한다. 4m길이의 내부무기탑재실 안에는 미사일을 고정하기 위한 와이어가 있었다. 또 미사일은 탑재실 옆과 밑, 두곳에서 나오게 되어있었다.
보잉 관계자는 "사일런트 이글은 작전에 따라 외부에 무기장착대를 다시 설치해 슬램이글로 복구할 수 있다"며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내외"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기정찰기 팬텀아이를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F-15공장에서 30분 떨어진 '빌딩 27'. 2008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팬텀아이는 2개의 연료통에 액화수소연료 0.9t을 탑재하고 6만5000피트 상공에서 4일간 비행할 수 있다. 높이나는 만큼 날개길이도 어마어마했다. 양날개 길이는 동체길이 15.2m의 두 배에 달하는 33.5m다.
정찰기 담당자는 "팬텀아이는 미사일감지센서가 붙어 있으며 고고도에서의 정찰능력은 비싼 위성을 띄우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보잉이 자랑하는 최강공격헬기 아파치= 22일 찾아간 곳은 애리조나주의 메사 조립공장. 이 공장의 넓이는 9만 3000㎡규모로 높이는 3층 건물 정도다. 공장 한쪽에는 아피치헬기를 구입한 일본, 영국 등 11개국 국기가 걸려 있었다. 이 공장의 특징은 아파치 부품을 하나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외 400개 이상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보내오면 8개 구역 으로 나눠 조립만 한다. 이곳에서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직원수는 89명으로 한달 3~4대의 헬기를 생산한다. 주문이 쏟아질때는 최대 12대까지 만들 수 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아파치의 핵심부품인 에로우헤드라고 불리는 열영상장치(M-TADS/PNVS). 헬기 앞부분에 지름 10cm인 3개의 눈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조종사가 야간에도 비행과 사격을 쉽게할 수 있도록 탐지식별을 해준다. 이 장치로 아파치는 8km밖에 떨어진 적도 구별해낸다. 이 장치는 2003년부터 록히드마틴에서 개발해왔다.
보잉 관계자는 "한국육군은 공격형헬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도 아파치를 구입하게 된다면 공장한편에 한국국기도 걸릴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가 이어 선보인 것은 경공격기 AH-6i. 이 모델은 한국육군의 잠자리헬리콥터라 불리는 500MD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새로운 모델에 기존디자인을 왜 고수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기존의 디자인은 공기역학적 설계로 굳이 다른 디자인은 필요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많았다. 5개의 날개(블레이드)로 안정성을 갖춘 것은 물론 적외선 전방감시 시스템, 헬파이어(Hellfire) 미사일, 7발 장착 로켓 포드 등 무기장착도 가능하다. 무기는 종류별로 장착이 가능하며 무기를 교환하기 위한 장착대 교체시간은 15분이면 충분하다고 관계자는 귀뜸했다.
활주로로 나가니 아파치헬기와 AH-6i가 나란히 서 있었다. AH-6i가 아파치헬기의 사촌동생처럼 보인다는 농담에 관계자는 "실제로 AH-6i의 부품 80%를 아파치헬기 부품을 사용해 사촌동생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때문에 추가교육없이 아파치공격헬기 조종사가 AH-6i을 조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찰기들의 집합소 시애틀 조립공장= 24일 방문한 시애틀 조립공장에는 한국에 곧 인도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1호기가 국내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현재 2~4호기는 국내방 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개조작업이 진행된다.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검정글씨가 새겨진 1호기는 737상용기를 개조한 것으로 윗부분에는 길이 4m가량의 메사(MESA)라고 불리는 안테나가 장착되어있다. 이 안테나 안에는 3개의 안테나가 장착되어 있고 북한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도 잡아낸다. 안테나의 탐지거리는 반경 370km로 약 30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아래부분에는 보조날개역할을 하는 또다른 안테나도 달려 있었다. 1호기는 오는 7월에 한국에 들어온다.
앞부분에는 지름 1cm가량의 카메라 두개가 좌우로 장착됐으며 보잉관계자는 "이것이 생존방어장비의 일종인 미사일경보시스템"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앞과 뒤에 두개씩, 위와 아래 한개씩 총 6개가 장착되어 있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동체 앞쪽에는 승무원 10명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 10대가 양쪽에 5대씩 배치되어 있었다. 의자는 양털같은 털이 달린 의자가 고정되어 있고 중간부분에는 승무원이 쉴 수 있는 비지니스좌석 8개와 테이블 1개가 배치됐다. 이 장소의 창문은 모두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조종사가 쉬는 장소에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다. 일종의 전자렌지 문역할을 한다. 항공기의 뒷부분은 모두 안테나와 관련된 시스템이 장착된다.
또 이날은 국내언론으로는 처음 공개된 미해군의 해상초계기 포세이돈(P-8A)도 볼 수 있었다. 빌딩 14-01에 위치한 포세이돈의 동체는 상용기 737-800, 날개는 737-900과 똑같다. 두대의 포세이돈은 각각 952과 955라는 숫자를 붙이고 있었다. 양쪽날개 끝은 위쪽으로 꺾였으며 날개 아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슬램ER을 장착할 수 있는 장착대가 3개씩 달려 있었다.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P-3C 해상초계기보다 100노트 빠른 속도와 1만 2000피트 높은 고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성능공개에 그저 감탄만 했다.
7일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선 시애틀 공장에서는 직원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직원은 "보잉이 제품을 생산할 때는 오직 하나만 생각한다"며 "사람을 위해 만든다는 마음이 담길 때 비로소 보잉의 제품이 된다"고 말했다.
시애틀·세인트루이스·애리조나=양낙규 기자 if@
사진제공=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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