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신임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재계·국민 위해 제 목소리 내겠다” 다짐
지난 24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후 강조한 철칙은 ‘소통’이다. FC서울의 구단주로 평소 축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허 회장은 축구에서도 승부 결과에 상관없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즐거움을 주는 경기를 선호한다.
지난 12일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선수단을 찾아 “재미있는 축구,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한 일례를 통해서도 일방적 관계보다 다자관계를 중시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관객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면 프로답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
그가 강조하는 소통의 근간은 이처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다. 허 회장이 제 33대 전경련 회장직에 올라 재계와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소통을 우선시하는 이면에는 지난 날 경영 철학과 온정적 성품 또한 녹아 있다.
지난 2004년부터 GS그룹의 경영을 맡아 온 허 회장은 평소 그룹 내에서도 직원들과 허물없이 대화하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지난해 매출 52조 원을 달성한 대기업의 오너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경청하는 습관이다. 이는 허 회장이 강조하는 소통의 기본 요건으로, 평소 GS 지주 회사 직원 20명의 이야기를 잘 듣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내부경영에서부터 시작된다.
허 회장은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되기 전 LG그룹 경영에 참여하던 시절부터 틈만 나면 중동지방의 건설 현장을 찾아 고위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상대방의 요구에 대해 주의 깊게 듣는 습관을 다졌다. 또 현장 근로자들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선친인 故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영향을 받아 평소 인화를 중시하는 경영 철학으로 직원들의 애로사항에도 귀 기울인다. 분기별로 기업 내 임원들과 모임을 갖고, 직원 승진 시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그의 노력 중 하나다.
그가 이토록 감성경영을 중요시하는 성향은 개인적인 취미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축구 관전과 더불어 허 회장이 선호하는 여가 활동 중 하나가 오페라 감상이다. 평소 홈씨어터를 통해 오페라 DVD를 시청하며 평안한 분위기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러한 자기 관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온화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평가받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경련 회장 취임 후 정부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계획이다.
받아들여야 할 것은 받아들이고, 재계와 국민의 입장에서도 말해야 할 것은 확실히 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 회장은 “필요할 때는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초에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했음에도 회원들이 그를 회장으로 강력히 밀어붙인 데에는 소통의 결과로 쌓인 넓은 인맥도 한 몫 했다. 2009년 전경련 회장단에 합류한 후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꾸준히 모임에 참가하는 성실한 태도는 재계의 인맥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적임자로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믹 리뷰 백가혜 기자 l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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