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검토해온 폴리실리콘 분야에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진 탓이다. 사활을 건 싸움을 시작할 것인지, 좀더 관망할 것인지 장고(長考)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OCI가 대규모 증산을 결정한데 이어 삼성이 새롭게 사업 진출을 결정하는 등 폴리실리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화와 SK도 각각 계열사를 통해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부터 줄곧 태양광 산업의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검토해온 김반석 부회장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사업진출 검토를 공언한지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태양광 사업전망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장밋빛은 아닐 수도 있다"며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도 달라지고 있으며 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수급상황이 불안정하고 폴리실리콘 가격이 큰 폭으로 움직이는 등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서둘러 발을 담그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에 따라 진출 여부 결정 시점도 지난 해 말에서 올 4월로 늦춰졌다.
김 부회장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경쟁사들은 속도를 내고 있다. OCI와 삼성은 각각 증산과 사업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OCI는 기존의 세 번째 공장의 디보틀네킹을 통해서 7000t을 증산하고, 2만t 규모의 네 번째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은 1만t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2013년까지 울산에 건설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해 중국의 태양광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산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한화도 꾸준히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인수합병(M&A)나 신규투자 등 포괄적인 수준에서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시장 조사업체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의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13만3000t, 수요는 13만2000t이었다. 올해 생산 전망치는 17만2000t이고, 수요는 15만6000t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요보다 많은 양의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공급이 많으니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시장을 낙관하는 견해도 있다. 양성진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여전히 스폿(현물)거래 시장에 나오는 폴리실리콘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대부분 장기공급 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공급과잉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김반석 부회장이 경쟁 과열과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베팅을 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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