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MK(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 먼저 손을 내밀까.'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2일 정몽구 회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화해를 하고 싶다'는 의중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현대그룹 측이 법적 분쟁을 끝내겠다는 화답과 함께 '구체적인 제안'을 요구하면서부터다. 현대차그룹은 즉각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대그룹이 바랐던 실질적인 대답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11년 만의 앙금이 풀리는 듯했지만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속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지가 마련된 상황에서 남은 쟁점과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간다면 극적 합의는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키(key)는 정 회장의 결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특히 내달 21일로 예정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타계 10주기를 전후로 어떤 합의를 도출할 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대한 재항고를 먼저 포기했다. 실익이 없는 법적 공방보다는 현대차그룹과 협의를 통한 합리적인 길을 택한 것이다. 결국 주요 쟁점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경영권 보장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재항고에 국한된 것으로 여전히 본안 소송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전해져 현대차그룹의 반응을 지켜본다는 게 현대그룹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이고 합의 가능한 화해 제안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현대그룹의 속내에 대해 일단은 한 발 뺀 듯한 맞대응을 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대승적인 견지에서 화합과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상호 신뢰 하에 지혜롭게 협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응에 현대그룹은 불만족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극적 합의를 이루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오랜 앙금을 풀기 위해서는 양보를 기본으로 한 대승적인 태도를 보여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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