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지난해 3월 입적한 법정스님의 상좌이자 길상사 주지였던 덕현스님이 21일 주지직을 물러나 절을 떠났다. 사부대중(四部大衆)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화합을 이뤄가겠다며 2009년 3월 길상사 주지로 취임한 지 2년만이다. 법정스님의 입적 1주기(28일)를 일주일 앞둔 때이기도 하다.
덕현스님은 이날 길상사 홈페이지(www.kilsangsa.or.kr)에 '그림자를 지우며' 라는 글을 올려 "길상사에 와서 지낸 지 두 해쯤이 되어가는 마당에 절을 떠나게 됐다"면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큰 절의 주지 소임을 임기 도중에 그만두는 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생각하면 가슴이 몹시 아프다"는 말을 남겨 주지직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덕현스님은 이 글에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온갖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법정스님의 뜻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소신껏 노력하였으나 가까운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심과 야망, 시기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갑작스런 사퇴의 배경을 전했다. 그는 또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스님 당신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면서 "산중의 한거에나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도심의 도량에 나앉아 너무 많은 일을 다뤄야 했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으며 너무 크고 복잡다단한 요구에 끝없이 시달려왔다"고 했다.
불자들에게는 각자 자신의 본분과 소임을 다하며 묵묵히 구도의 길을 가라는 말을, 자신과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 덕현스님은 법정스님이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2009년 길상사 6대 주지로 취임했었다. 덕현스님은 법정스님이 1994년 세운 시민 모임 '맑고 향기롭게'의 제2대 이사장직도 함께 맡아왔는데 주지직 사퇴와 함께 이사장 자리에서도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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