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영국제 소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총기류 가격도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제 클래식 소총 경매 전문업체인 홀츠 옥셔니어스에서는 지난해 말 272만 달러(약 30억4000만 원) 상당의 총기류가 거래됐다.
당시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제품이 퍼디 소총 세트 두 자루로 낙찰가는 13만1200달러. 홀랜드 앤 홀랜드에서 만든 권총 세트 두 자루는 12만8000달러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소더비 경매소에서는 보스 앤 코의 12구경 소총 한 자루가 13만4400달러에 팔려나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총기 시장의 활황은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으로 촉발됐다. 증권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싶었던 투자자들이 고급 소총에 눈 돌린 것이다.
고급 소총은 수익성이 보장된 안전한 투자처인데다 사냥이라는 실용성까지 갖추고 있다. 스포츠용 총기 전문 경매사 개빈 가디너는 “총기 시장이 클래식 빈티지 자동차 시장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가치가 계속 오르기만 한다는 뜻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온라인판은 사실 클래식 총기류의 연간 가격 상승률이 3~5%에 불과하다고 16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러나 영국제 고급 소총의 경우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해 가격은 항상 오르게 마련이다.
홀랜드 앤 홀랜드 제품의 경우 대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제작 기간은 무려 2년 6개월~3년. 지난해 홀랜드 앤 홀랜드에서 내놓은 총기는 겨우 88자루다.
왕족이나 유명 사격선수가 사용한 총이라면 가격 상승률은 더 가파르다. 일례로 미국의 사격선수 러셀 애트킨스가 사용했던 12구경 퍼디 소총은 지난해 12월 5만2800달러에 낙찰됐다. 애초 예상 낙찰가는 2만4000~3만2000달러였다.
그렇다면 왜 하필 영국제 소총일까. 19세기 이래 영국에서 새사냥이 상류층 스포츠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총기는 철제판이 섬세한 에칭과 조각으로 처리된데다 호두나무로 만든 총 개머리의 광택은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예술품인 것이다. 수명도 길다.
클래식 소총 구매자 대다수는 영국인·유럽인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홀츠의 구매자 가운데 약 25%는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우 총기류 규제가 심해 시장 활성화에 한몫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요즘 러시아인 고객이 늘고 있지만 클래식 모델보다 신형 소총에 주로 관심 갖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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