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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드라마의 시작은 역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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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드라마의 시작은 역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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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4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여전히 본 게임은 시작되지 않았다. 32부작이라는 비교적 긴 호흡만큼 <짝패>는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기초를 다져간다. 그러나 느릿한 걸음에도 이 작품은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이야기의 늪이다. ‘갓난아이가 뒤바뀐다’는, 드라마에서만 유독 흔해 빠진 장치조차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라 어미 막순(윤유선)의 의지에서 비롯되었듯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는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낳는다. 밥보다 글을 더 좋아하고 주운 것이든 훔친 것이든 남의 물건은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거지 천둥(노영학)과, 철딱서니 없는 것 같지만 은근히 배포가 크고 너그러운 도련님 귀동(최우식)의 성장은 출생의 비밀과 맞물려 그들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묘한 비애마저 자아낸다. 귀동의 아버지 김진사(최종환)를 중심으로 짜인 백성 수탈의 그물은 강포수(권오중)를 비롯한 천민들과 성초시(강신일)로 대표되는 청렴한 선비들을 손잡게 하지만, 천둥을 아끼는 성초시의 딸 동녀(진세연)마저 “글을 배운다 해서 네 근본이 달라지진 않는다”며 신분제의 한계를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구조적 부조리 안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마주하게 될 딜레마의 시작이기도 하다. 민중혁명의 징조부터 상여막의 귀신 놀음까지, 굵직하거나 자잘한 갈등과 사건을 노련하게 배치하고 거지패의 짧은 대화에도 특유의 해학적인 숨결을 불어넣는 김운경 작가는 너른 장바닥에 마당극을 펼쳐 놓듯 신명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래서 KBS <추노> 보다 오히려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을 연상케 하는 이 전통민중사극은 모처럼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드라마의 시작은 돈이 아니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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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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