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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표류기③]"1억원 올라 서울 변두리로 脫서울 감행"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0초

경기 북부로 이삿짐 꾸린 이씨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결혼 2년차 이모씨(남·35)는 전세물량이 없어 최근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로 신혼집을 옮겼다. 이씨부부의 전셋집은 입주한지 30년이 넘는 전용 77㎡의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였다. 문제는 집주인이 재계약을 앞두고 2년 만에 전셋값을 1억원이나 올려 3억4000만원을 불렀다는 점이다. 이씨부부는 이미 '강남입성' 때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매월 이자를 내기도 벅찼던 터라 도저히 1억원을 올려줄 재간이 없었다.


이씨부부가 처음 눈을 돌린 곳은 강남과 인접한 서울 성동구. 전세난에 강남에서 2억원대 전세매물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하지만 겨울철 비수기가 왔는데도 이씨부부같은 전세수요가 성동구로 몰리면서 이 지역 전세물량은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5000만~7000만원 가까이 올랐는데도 재계약으로 대부분 물량이 해소되면서 이씨부부는 점점 썰물처럼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강북지역도 전세물량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지역 역시 전셋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대부분 어차피 나가봤자 다른 전셋집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씨부부는 중개업소 20여개소를 돌아다녔지만 매번 한발 늦으었다는 말만 들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자 이씨부부는 점점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이씨부부는 결국 경기북부지역 신규 입주단지 122.83㎡ 아파트에 1억8000만원을 주고 전세계약을 마쳤다. 고양 식사지구, 파주 신도시 등에 몰린 대규모 입주물량으로 미분양이 속출했던 이 지역에 이씨부부는 불 꺼진 아파트를 밝히는 세입자가 됐다. 이씨 아내는 평수가 넓어 관리비도 많을테고 매일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일도 까마득하다고 걱정이다. 이씨는 신혼에도 '헌 집'에 살다가 드디어 '새 집'에 살게 됐으니 전세난에 고마워해야 할 지 마음이 씁쓸하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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