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오는 3월 완공될 울산공장의 총 길이가 627m, 폭은 98m입니다. 연간 50만t 규모로 인쇄용지를 생산할 계획이며 기존 공정에 비해 최소 12%, 많게는 15% 이상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적하과정에서 발생하는 0.5% 로스만 줄여도 2500t을 고스란히 아낄 수 있죠."
만들어진 자료를 그대로 읽어나간 게 아니다. 김인중 무림페이퍼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울산에 새로 짓고 있는 무림P&P 일관화공장에 대한 각종 수치들을 쉬지 않고 읊어나갔다. 회사는 물론 제지업계 모두가 주목하는 국내 첫 일관화공장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일까.
뒤이어 대화를 이어가보니 그게 전부는 아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특명을 내린 직원을 독려하기 위해 1% 성과급을 약속했던 일이나 과거 동해펄프 인수 당시 목표상한선을 주당 1만6000원으로 정한 일 등 회사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그에겐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났다.
회사일을 떠나 개인사도 숫자로 기억하곤 했다. 사회생활을 같이 한 동년배들에 대해 '키가 180㎝였던 친구', '500만원 아끼려고 친구를 등진 녀석' 식으로 회상했고 낯선 이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도 "서울고 21기 출신"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단다. 몇년 전 처음 만난 기자와 함께 한 점심메뉴 가격이 8000원이었다는 기억도 또렷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재무담당 임원을 지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고 숫자만큼 논리정연한 전달력을 주는 게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수학능력시험 다음날 신문과 함께 오는 수리영역 시험문제를 직접 풀어본다.
동년배들은 하나둘씩 은퇴하는 나이가 됐다는 그에게 남은 과제는 곧 완공될 일관화공장을 정상가동하는 일. 국내에선 처음 도입되는 공정이라 낯설 수밖에 없는 시도지만 숫자로 무장한 그에겐 즐거운 도전인 셈이다.
도입 첫해 목표 매출액만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5000억원, 제2·3공장을 추가해 오는 2014년까지 1조원대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첫 일관화공장을 정상 가동해 현재 전 세계 86위 정도의 순위를 50위권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추가 공장을 모두 완성하면 전 세계 5위권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