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박형상 중구청장 직접 문제 내 10일 6급 직원 26명 대상 실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자치구마다 공무원 승진 인사가 한창인 2월. 서울 중구가 사무관 승진 대상 공무원들을 상대로 깜짝 승진 논술시험을 치러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구(구청장 박형상)는 10일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5급 사무관 승진을 앞둔 6급 공무원 26명을 대상으로 논술시험을 치뤘다.
논술 문제는 박형상 구청장이 직접 출제했다. 박 구청장이 설 연휴 동안 구상한 문제는 모두 7개 문항.
▲무상급식(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견해 ▲조례제정권의 한계와 범위, 본인이 업무처리하면서 꼭 제정하거나 개정됐으면 생각하는 조례 ▲충무로국제영화제 존폐 의견과 발전방안 ▲본인과 담당부서 업무 처리시 고쳐야 할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인문학 중구 구현을 위한 접근방안 등 구정과 관련된 문제가 많았다.
그리고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논거와 본인의 견해 ▲본인이 읽은 책 중 가장 감명깊었던 책 한 두권과 그 이유 등 인문적 소양에 대한 문제도 출제됐다.
갑자기 논술시험을 치러야 하는 공무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전날 오후 8시경에야 논술시험 있다는 것을 통보받은데다 예상 문제도 전혀 모른채 시험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7문제 중 3문제를 선택해 1시간 30분 동안 답안을 작성했다. 이 날 일부는 답안지를 가득 채웠지만 어떤 공무원은 문제별로 1~2줄밖에 적어내지 못했다.
이들이 제출한 답안지는 모두 수거해 박형상 구청장이 직접 채점했다.
이처럼 중구가 간부직 승진 심사에 소양평가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것은 성공적인 구정 운영을 위해서는 인사관리가 매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무원 승진, 특히 하위직 공무원 꽃인 사무관 승진이 시험보다는 근무평정 위주로 되다보니 개개인 능력보다 지연이나 인맥 등이 우선시 되는 경우도 있었다.
민선 5기를 연 박형상 중구청장은 구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공약사항으로 내걸 만큼 효과적인 인사관리를 위해 취임전부터 고심해 왔다.
게다가 취임 후 첫 사무관 승진 인사를 단행하는 박형상 구청장의 경우 공무원들과 함께 근무한 시간이 몇 달밖에 되지 않아 간부직 공무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구정 운영에 있어 역할이 중요한 간부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소양평가를 실시, 자질과 품성, 소양을 보기로 한 것.
박 구청장은 “직원들과 근무한지 반년이 채 안되다보니 기존 근평과 서열을 존중하지만 대상자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승진 심사를 하기에 무리가 있어 이렇게 소양평가를 실시하게 됐다”면서 “이 평가를 통해 평소 구정에 대한 간부들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간부 공무원으로서의 자질과 품성, 소양을 볼 수 있어 내가 목표한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박 구청장은 “앞으로도 승진심사시 개개인의 업무능력, 인품 등을 충분히 반영, 승진인사 때 마다 불거지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겠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 의지를 밝혔다.
중구는 이날 치른 소양평가 결과와 근무평정, 다면평가 등을 바탕으로 승진심사위원회 심사와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11일 7명의 5급 사무관 승진후보자를 최종 결정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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