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지난해 극장가는 스릴러 열풍이었다. 유독 청소년관람불가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고 최고 흥행작 원빈 주연 영화 '아저씨'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액션물이었다.
이런 스릴러 열풍은 나홍진 감독의 '황해'로 한풀 꺾였다. '황해'는 연변의 한 남자가 청부살인을 하고 부인을 찾기 위해 황해를 건너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추격자'의 나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모여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스릴러는 주춤하고 그 자리를 코미디 영화가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와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 등 코미디 영화가 줄지어 개봉한 것이다.
2011년 초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장 5일까지 이어졌던 설 연휴 기간동안 함박웃음을 지었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 의외의 선전을 펼친 잭 블랙 주연의 '걸리버 여행기'까지 가히 코미디 열풍이었다.
여기에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나 외화 '러브 & 드럭스'까지 스릴러보다는 코믹과 감동 드라마가 충무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제 관객들이 스릴러에서 피로해졌을 것이다. 한동안은 코믹이나 감동적인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통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지난해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아저씨'까지 피가 난무하는 잔혹극들이 대거 개봉을 했다. 정점을 찍었던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 '추격자'의 주역들이 다시 뭉쳐 큰 화제를 낳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일부 관객들은 "너무 잔인했다"라는 평으로 영화를 본 뒤 힘든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스릴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황해'와 같은 날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는 2011년 처음으로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왔다.
개봉 예정작의 장르들을 살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일 개봉하는 영화에도 잔혹스러운 스릴러는 찾아보기 힘들다.
긴 세월 탑에 갇혀 살던 금발 소녀 라푼젤의 18년만의 유쾌한 나들이를 그린 애니메이션 '라푼젤'과 나탈리 포트만과 애쉬튼 커쳐 주연의 19금 로맨틱 코미디 '친구와 연인사이' 등 스릴러 영화는 없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조선명탐정'이나 '평양성'까지 본다면 이런 영화들의 흥행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 ghdps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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