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은 일본 청주의 상표
마시고 남은 청주는 육류 요리에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설 차례상에 오르는 술은 무엇을 골라야할까. 쉽게 수퍼마켓에서 늘 사던 소주를 무심코 골랐다면 올해 만큼은 차례주에 대해 한번쯤 알고 준비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종은 일본 청주의 상표=예로부터 차례주로는 청주(淸酒)가 쓰였다. 청주의 유례는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주(周)나라 왕실의 관직제도와 춘추전국시대 제도를 기록한 책인 '주례(周禮) 천관 총재 하(下) 주정(酒正)에서는 청주를 '제사지주(祭祀之酒)'라고 했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지금의 청주가 만들어 졌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차례주인 정종(正宗)이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일본 청주의 상표로 청주를 정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 말은 일본 전국시대를 누볐던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라는 사람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테 마사무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잇는 사람으로 그의 가문에서 자랑하는 두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정교하고 예리한 칼이고, 다른 하나는 쌀과 국화로 빚은 청주였다. 옛날 일본 사람들은 청주를 빚으면서 가문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 술 맛이 너무 좋아 사람들이 이를 가리켜 '국정종(菊正宗)'이라고 불렀다는 것.
◆다섯가지 맛의 청주=맑은 빛깔을 띄는 청주는 감(甘), 산(酸), 신(辛), 삽(澁;떫은맛), 고(苦)의 다섯 가지 특유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맛은 뜨겁게 데웠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청주 종류 가운데 하나인 냉청주는 차갑게 해도 이 다섯 가지의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청주는 쌀, 누룩 등을 원료로 빚어 걸러낸 후 주정을 첨가한 형태가 일반적이나 쌀로만 만든 순미주도 있다.
그렇다면 차례상에는 청주만 올려왔을까? 답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주를 올리거나 또 충청도의 한산소곡주나 안동소주, 경주법주 등 지역별 대표적인 전통주를 차례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주류업체들도 앞다투어 차례용 술을 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순당의 예담 차례주, 배상면주가의 차례술, 롯데주류 백화수복 등이다.
◆남은 청주 요리에 써보세요=차례를 지내고 남은 청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럴 땐 청주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육류요리에 청주를 사용하면 육류 특유의 노린내를 없애 주고, 고기를 연하게 해주며 음식에 윤기를 준다. 돼지불고기를 할 경우 양념장에 청주를 2큰술 정도 넣어서 버무리면 고기의 부드러움, 광택, 향기, 맛 등이 완전히 달라진다.
또 청주는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 주는데도 탁월하며 생선을 더욱 신선하고 맛깔스럽게 해 준다. 담백한 생선은 쉽게 부서지는데 청주에 생선을 적셔 구우면, 생선 표면이 단단해져 정갈한 형태를 유지한다.
생선찌개의 맛 국물에 청주 적당량을 넣어 끓이면 깨끗한 뒷맛을 낼 수 있다. 끓인 후에도 청주의 저장기능으로 인해 찌개가 오래 보존된다.
오래 묵은 쌀로 밥을 지을 경우 청주를 이용하면(쌀 1컵에 청주 1큰술) 묵은 쌀 냄새도 사라지고 윤기가 자르르 도는 맛있는 밥이 된다. 찬밥도 청주를 조금 뿌려 데우면 새 밥처럼 고슬고슬하게 된다. (도움말:롯데주류)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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