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기획재정부는 "2월 1일 오전 소비자물가 동향에 대한 배경브리핑을 하겠다"고 알렸다. 주요 지표가 발표될 때 출입기자들에게 비공식 브리핑을 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자랑하고 싶을만큼 수치가 좋거나 부연 설명이 필요할 만큼 지표 흐름이 좋지 않을 때.
이번 경우는 후자였다. 1월 물가는 1년 새 4.1% 급등해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를(3±1%) 벗어났다. 정부가 연간 물가관리 목표로 내건 '3.0% 수준'과도 거리가 멀다. 배추파동으로 20개월만에 4%대로 물가가 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1분기 중 물가잡기가 사실상 어려우며, '5% 성장, 3% 물가 관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고백도 나왔다. 기획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긴 한파와 구제역에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해져 공급 부문의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면서 "올해 1분기까지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등록금 동결 유도 등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효과가 다음 달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했지만 "올해 물가 상승률은 정부 목표치인 3%를 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주에 한 번 꼴로 내놨던 물가대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사실 물가 인상은 예정된 시나리오였다. 세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나게 쏟아부은 재정이 경기 회복기에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새삼스럽지 않다. 요사이 브라질 등 각 신흥국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인플레이션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들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경기 회복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인상 시기를 조정해 온 게 사실이다.
시장에선 요사이 물가 흐름이 '물가관리의 즉효약을 과천(재정부) 아닌 소공동(한국은행)이 쥐고 있음을 일깨웠다'고 말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 풀려있는 돈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미시적인 대응만으론 물가를 잡을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정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윤 국장은 1일 브리핑에서도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보지만, 물가 인상을 자극할 정도로 많은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은행 빚을 지고 있는 가계와 기업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숱한 말거리를 남긴 1월의 물가폭탄은 기준금리 인상에 모터를 달게 될까. 설을 쇠고 맞을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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