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마린보이’ 박태환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향한 신발 끈을 조여 맨다.
박태환은 31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해외전지훈련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2월 8일부터 4월 2일까지 54일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1차 훈련을 소화한다. 지도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함께한 마이클 볼 코치가 맡는다. 권태현 트레이너, 박철규 의무 담당, SK 스포츠단 권세정 과장도 함께 고행 길에 오른다.
훈련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하루 5시간을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체력훈련 시간을 30분 늘렸다. 소속사 관계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소화했던 3개월 훈련을 2개월로 압축했다”며 “무척 힘든 훈련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훈련은 그 뒤에도 계속된다. 4월 11일부터 5월 28일까지 49일간 미국에서 2차 전지훈련을 소화한다. 구체적인 장소는 결정되지 않았다. 박태환은 기간 내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지역 대회에 출전, 실점경험도 함께 쌓는다. 3차 전지훈련은 6월 4일부터 7월 15일까지 42일간 호주에서 진행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가시밭길. 하지만 박태환은 여느 때처럼 해맑았다.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훨씬 힘든 여정”이라면서도 “단단히 준비하겠다. 1차 전지훈련만 무난하게 소화하면 그 뒤는 순탄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면 더 없이 좋겠지만, 더 나은 기록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박태환과 인터뷰 전문
전지훈련지 호주 브리즈번은 최근 홍수 피해를 입은 도시인데.
묵는 집의 로비가 잠겼다고 들었다.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최근 복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 수영장이 위치한 곳은 고지대다. 강가까지 있다. 훈련에 지장은 없다. 현재 쑨양(중국)도 훈련을 소화 중이다.)
수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똑같다. 도박 같다. 어렵지만 매번 준비할 때마다 기대와 관심이 커진다. 즐기지는 못한다. 모 아니면 도다. 부진하면 바로 나쁜 말을 듣는다. 지난해는 겨우 잘 넘어갔다. 세계선수권서는 메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성적을 내는데 노력하겠다. 현재 목표는 2012년 런던올림픽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뒤 푹 쉬었나.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많이 그러진 못했다. 그래도 몇 차례 다녀와 마음이 편해졌다.
자유형 1500m에 대한 미련은 없나.
왜 없겠나. 더 잘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쑨양의 실력이 월등하다. 체력까지 안정됐다. 그 자식은 키까지 크다(웃음). 200m와 400m에 주력할 계획이다. 모두 세계기록에 가까운 종목들이다. 1500m에 집중했던 시간을 투자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
해외전지훈련에서 휴식시간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장보기다. 통역, 트레이너 등과 함께 다닌다. 처음에만 재미있을 뿐 계속하면 지루하다. 남자 넷이서 돌아다니는 게 재미있을 리 없지 않은가(웃음). 가끔 혼자 바람을 쐬러 돌아다니기도 한다. 인터넷 상으로 다운받은 드라마, 영화를 즐겨보기도 하고.
스승 노민상이 수영대표팀 감독직을 사퇴했는데.
크게 공백을 느끼진 않는다. 연락을 자주 하지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따로 준비하는 게 있다. 좋은 선수를 길러내실 것이다. 계속 응원하겠다.
세계선수권이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벽을 허물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2004 아테네 올림픽 뒤로 다른 선수들의 영법을 자주 본다. 수영 관련 책도 즐겨보고. 유투브 등을 이용해 최고 선수들의 영법을 엿보면 작은 차이를 알 수 있다. 최소 한두 개 이상은 나오더라. 그걸 보면서 보완에 신경 쓴다.
본인이 세계 정상급 선수라고는 생각하진 않나.
아직 탑 클래스까지는 아니다. 아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뿐이다. 최고 선수들에 비해 체력 조건이 좋지 않다. 금메달을 땄지만 테크닉도 부족하다. 레이스서는 비슷할 지 몰라도 더 배워야 한다. 볼 코치가 부족할 점을 잘 메워줄 거라 믿는다.
최근 방송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뒤로 은퇴하겠다고 했는데.
런던 올림픽이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다. 그 다음부터는 지는 해가 될 테고. 물론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단정을 지은 적은 없다. 아직 구체적으로 은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런던 올림픽을 뛰고 난 뒤 생각해보겠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가장 보완이 시급한 부분은.
원래 스타트와 턴에 약하다. 최근 많이 좋아졌지만 더 실력을 올려야 한다. 레이스만큼은 여전히 자신 있다.
세계선수권을 향한 각오는.
금메달에 연연하진 않겠다. 런던 올림픽을 위한 과정이다. 금메달보다 기록에 더 치중할 생각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뒤 가진 휴식동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자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함께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해가 바뀔 때 일출도 보고 싶었는데.
최근 만난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는 어땠나.
내성적이더라. 조금 어색했다. 이성적으로 만날 수는 없을 것 같다. 5살 연하다. 범죄를 저지르긴 싫다. 원조교제 아닌가(웃음).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