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부진한 경기와 엔화 강세에도 일본 주식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외국인투자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강세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외국인투자금이 추가 유입되며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기준으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11월1일 이후 14% 이상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7.7%)와 영국 FTSE100지수(4.4%) 상승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달러 약세(엔 강세)로 일본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으며 주식시장 약세를 이끈다는 오랜 통념을 깬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일본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우량주의 저평가와 일본 수출업체들의 엔 강세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꼽았다.
도쿄증권거래소(TSE)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국인투자자는 1조4100억엔(약 171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해 3분기의 2730억엔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MF글로벌 FXA증권의 니콜라스 스미스 주식리서치부문 담당자는 "TSE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가 전체 시장의 62%를 차지하고 개인투자자는 23%, 국내기관투자자는 7%에 불과하다"며 "도쿄 주식시장은 외국인투자자에 크게 좌지우지된다"고 말했다.
론 스테인버그 윌스 매니지먼트의 론 스테인버그 사장은 "우량주가 실제 가치보다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요근래 TSE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많은 투자자들이 이같은 종목에 투자 비중을 낮게 두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흥국 경제가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어 수출 성장세가 추가 엔 강세를 따라잡을 것"이라며 "엔 강세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지난 2009년 말~2010년 초 일본 주식시장 랠리 당시의 3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외국인 투자가 더 늘어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수출업체들이 엔강세에 탄력적으로 대처한 것도 강세장을 이끌었다. 현 환율 수준은 수출 대기업들에게 재앙 수준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달러 수출거래를 줄이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피해를 줄였다는 평가다.
JP모건은 "엔강세가 기업실적을 악화시켜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수십년동안 일종의 규칙으로 받아들여졌었다"면서 "그러나 일본의 무역수지 구조가 수년에 거쳐 크게 변하면서 이 규칙이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약한 경제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금융과 보험업계를 제외한 모든 산업 부문 순익이 2005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2005년 당시 엔·달러 환율은 약 116엔 수준이었다.
크레디 스위스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비용절감에 나선데다가 신흥국과 북미에서의 매출도 크게 늘고 있어 일단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순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원자재를 대량 수입하는 일부 업체들은 엔강세에 수혜를 입기도 했다. 일본 최대 유리업체 아사히글라스는 지난해 11월1일 이후 31% 급등했고, 타이어업체 브릿지스톤은 같은기간 11% 올랐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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