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철 연세대교수 "무리한 적용..불필요할 때도 실시"
-5000례 달성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 "한국, 주도권 잡아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최근 로봇수술의 유용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이번 논란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논란은 지난달 27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양승철 연세대의대 비뇨기과 교수가 '기존 복강경 수술 등과 치료성적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일부 불필요한 상황에서 로봇수술을 시행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적응증을 넓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 로봇 수술의 적응증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최근 가진 로봇수술 5000례 달성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논란은 로봇수술의 문제점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앞으로 신기술에 대해 정도관리를 해서 재도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JCI(미국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기준에 따라 (신기료기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임상권한부여위원회에서 병원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학도 트렌드이기 때문에 적응증은 변한다"며 "로봇수술은 시작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국이 빨리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은 기존 복강경 수술의 문제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다빈치로봇은 3차원의 양안렌즈를 사용해 입체감을 높였고,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을 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수술자의 손떨림을 자동으로 제거한다.
수술기법 습득도 비교적 쉽다. 복강경을 이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술수준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외과의사가 적어도 30~40례 이상의 테스트를 해야 한다. 반면 로봇수술은 10례 이내의 테스트로도 양질의 수술이 가능하다.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고비용과 감각(촉각)의 문제다. 미국은 전립선암과 부인암 분야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의 로봇수술이 비급여다. 수술비용에는 로봇수술팔이나 수술용 로봇커버 등 부속품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해 미국 회사의 독점구조로 운영되는 현 구조상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또 다빈치 트레이닝 초기에는 적당한 힘의 크기를 몰라 봉합사 매듭 등 실수가 많았다. 정웅윤 로봇수술센터장은 "감각문제는 5~10례 정도 수술을 해보면 감으로 알 수 있다"며 "경험을 익히는 시간은 복강경 등 다른 수술보다 짧아 이 문제는 곧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시한 로봇수술은 총 5157례로, 지난 2005년 7월 복강경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도입한 이래 5년 만에 70배 늘었다.
로봇수술 초기에는 전립선암에 국한됐지만 현재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식도암, 부인암 등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수술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5년 동안 실시된 로봇수술 가운데 갑상선암이 1825건으로 가장 많으며, 전립선암(1537건), 위암(450건), 부인암(149건) 등의 순이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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