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 육류매출 비상
물가상승에 소비심리 위축 이중고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업계가 설(2월3일)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구제역 확산으로 설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육류 판매에 비상이 걸린데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각 유통업체들은 한우 공급처를 제주 등 상대적 청정지역으로 전환하는 한편, 상시할인가격 품목을 확대하는 등 '설 특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제역 확산…정육 선물세트 수요 줄어들 듯=롯데백화점은 설을 겨냥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정육 선물세트 150억원 가량을 준비했다. 구제역 확산으로 강원도 횡성 외에 전북 장수나 정읍 등으로 한우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아울러 울릉도와 현지 특산품인 칡소를 단독으로 계약, 공급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전라도와 제주도 등 청정지역에서 한우를 공급받아 물량을 준비했다.
업체 관계자는 "구제역 파동 이전에 사전 기획으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구제역으로 인한 물량 부족 현상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구제역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연이은 한우 판촉행사를 통해 정육 소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물용 수요는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 교환요구 많아지면 손실 불가피=정육세트는 설 선물세트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아이템이다. 따라서 구제역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경우 설 장사를 망칠수도 있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하지만 설 선물 판매 이후에도 걱정은 남아있다. 평소 설 이후 선물세트를 상품권으로 바꿔주는 교환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정육 물량을 확보해서 판매했지만 교환 요구가 많아지면 그만큼 인적ㆍ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격할인제도 시행…중장기 영업손실로 이어져=최근 물가상승에 맞서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가격할인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시행해오던 상시가격할인 품목을 올해 추가로 확대했다. 해당품목은 한우, 광어회, 즉석밥, 초코파이, 복사지 등이다.
롯데마트도 지난주부터 생선, 과일, 생활용품 등 11개 상품들을 대상으로 한달동안 최대 30%대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결국 유통업체의 중장기적 영업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가격상시 할인정책으로 영업이익률이 전년비 0.8%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익이 줄어든다고 해서 가격할인정책을 당장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손실에 대한 부담을 안고가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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