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유환준 충남도의회 부의장, “아직 엔진소리 쌩쌩~ 정들어서 못 팔아”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잘 굴러가는데 바꿀 이유가 없지.”
31년,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그와 함께 했다. 인쇄소를 운영하며 배달용으로 산 베이지색 투톤의 포니2 픽업.
유환준(66·충남도의회 부의장) 의원은 “팔라는 사람도 많았고 다른 차를 사면 넘기라는 지인도 있었지만 엔진소리 들어봐. 아직도 씽씽 잘 달리는데 왜 팔아”라며 차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1991년 초대 충남교육위원에 도전, 정치에 입문한 그는 1995년과 1998년에 충남도의원으로 두 번 떨어지고 2002년에 당선돼 현재 3선 도의원으로 뛰고 있다.
사업을 하며 어려웠던 때 정치하겠다고 나섰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때마다 포니2는 유 의원 곁을 지켰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16만km. 자동차 계기판 숫자가 한 바퀴를 돌았다.
“내 삶의 절반을 같이 했는데 이젠 친구지. 의자에 앉아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면 부르릉~ 하는 엔진소리가 처음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이야. 사람은 배신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얘는 안 그래. 기계가 사람일 순 없지만 이젠 정이 들어버려서.”
그의 포니2 픽업은 원래 모습에서 많이 변했다. 앞 범퍼는 철공소에서 만들은 쇠로 붙였고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그릴은 갤로퍼에서 가져왔다.
운전석과 짐칸 등 차체 여기저기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삭은 곳이 많다.
유 의원은 “남들처럼 예쁘게 꾸미고 전국을 돌면서 부품마련하는 게 쉽잖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했지만 심장(엔진) 하나만큼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해봤다. 파워핸들이 아니어서 무게감이 좀 느껴질 뿐 엔진떨림은 없었다.
전국에서 흔한 차가 아니다 보니 조치원읍에선 그의 차가 유명하다. 차만 보고도 그를 빨리 알아본다.
때문에 신호위반조차 할 수 없다. 유 의원은 “신호위반? 해선 안 되지만 공인으로 그럴 수도 없고, 또 했다가는 손가락질 받기 딱이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요즘 그는 수도권 전철 연장사업 노선결정이 예정돼 있어 바쁘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따라 천안에서 조치원을 거쳐 청주공항까지 잇는 사업을 위해 충남도와 중앙정부를 찾는 등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이다.
그러면서 세종시 정상건설에도 온힘을 쏟아야 한다. 자신의 지역구가 세종시에 들어있어 완벽한 신도시건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도 도의회 차원에서 다뤄야할 주제다.
유 의원은 “정치는 사회갈등과 불평불만의 문제점을 봉합하고 소통하는 게 첫째 기능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약속도 어기며 불신을 산다. 사람을 거리로 내몰고 사회를 시끄럽게 한다. 정치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도 남에게 잘 보이고 과시하고 싶은 맘이면 비싼 차를 타고 으시댈 수 있다. 하지만 가까운 데는 걷고, 자전거 타고, 생활권에서 차를 움직이는데 남을 의식하며 살면 안 된다. 서민과 함께하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이 30년 넘게 포니2 픽업을 타고 다니는 이유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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