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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포니2 타는 도의원, “신호위반도 못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7초

[사람들] 유환준 충남도의회 부의장, “아직 엔진소리 쌩쌩~ 정들어서 못 팔아”

30년간 포니2 타는 도의원, “신호위반도 못해” 유환준(충남도의회 부의장) 의원은 30년 넘게 포니2 픽업을 타고 다닌다. 일부 부품을 구하지 못해 다른 차에서 가져왔지만 엔진은 아직 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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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잘 굴러가는데 바꿀 이유가 없지.”

31년,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그와 함께 했다. 인쇄소를 운영하며 배달용으로 산 베이지색 투톤의 포니2 픽업.


유환준(66·충남도의회 부의장) 의원은 “팔라는 사람도 많았고 다른 차를 사면 넘기라는 지인도 있었지만 엔진소리 들어봐. 아직도 씽씽 잘 달리는데 왜 팔아”라며 차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1991년 초대 충남교육위원에 도전, 정치에 입문한 그는 1995년과 1998년에 충남도의원으로 두 번 떨어지고 2002년에 당선돼 현재 3선 도의원으로 뛰고 있다.


사업을 하며 어려웠던 때 정치하겠다고 나섰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때마다 포니2는 유 의원 곁을 지켰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16만km. 자동차 계기판 숫자가 한 바퀴를 돌았다.


“내 삶의 절반을 같이 했는데 이젠 친구지. 의자에 앉아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면 부르릉~ 하는 엔진소리가 처음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이야. 사람은 배신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얘는 안 그래. 기계가 사람일 순 없지만 이젠 정이 들어버려서.”


그의 포니2 픽업은 원래 모습에서 많이 변했다. 앞 범퍼는 철공소에서 만들은 쇠로 붙였고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그릴은 갤로퍼에서 가져왔다.


운전석과 짐칸 등 차체 여기저기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삭은 곳이 많다.


유 의원은 “남들처럼 예쁘게 꾸미고 전국을 돌면서 부품마련하는 게 쉽잖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했지만 심장(엔진) 하나만큼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해봤다. 파워핸들이 아니어서 무게감이 좀 느껴질 뿐 엔진떨림은 없었다.


전국에서 흔한 차가 아니다 보니 조치원읍에선 그의 차가 유명하다. 차만 보고도 그를 빨리 알아본다.


때문에 신호위반조차 할 수 없다. 유 의원은 “신호위반? 해선 안 되지만 공인으로 그럴 수도 없고, 또 했다가는 손가락질 받기 딱이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30년간 포니2 타는 도의원, “신호위반도 못해” 유 의원의 포니2 픽업 엔진룸. 기계식이라 요즘 차와 달리 여유공간이 많다.


요즘 그는 수도권 전철 연장사업 노선결정이 예정돼 있어 바쁘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따라 천안에서 조치원을 거쳐 청주공항까지 잇는 사업을 위해 충남도와 중앙정부를 찾는 등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이다.


그러면서 세종시 정상건설에도 온힘을 쏟아야 한다. 자신의 지역구가 세종시에 들어있어 완벽한 신도시건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도 도의회 차원에서 다뤄야할 주제다.


유 의원은 “정치는 사회갈등과 불평불만의 문제점을 봉합하고 소통하는 게 첫째 기능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약속도 어기며 불신을 산다. 사람을 거리로 내몰고 사회를 시끄럽게 한다. 정치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도 남에게 잘 보이고 과시하고 싶은 맘이면 비싼 차를 타고 으시댈 수 있다. 하지만 가까운 데는 걷고, 자전거 타고, 생활권에서 차를 움직이는데 남을 의식하며 살면 안 된다. 서민과 함께하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이 30년 넘게 포니2 픽업을 타고 다니는 이유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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