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인사이드] 현금화 타깃이 된 금

美경제지표 호조+FOMC 의사록 "인플레 가능성 낮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S&P500 지수가 소폭 하락했다. 랠리에 따른 조정 외에 별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새해 벽두부터 사상 최고가를 썼던 금 가격의 급락이었다. 단순히 S&P과 똑같이 차익 실현이라는 측면으로 해석하기에는 3.1%의 낙폭은 큰 것이었다. 이날 금 가격 낙폭은 지난해 7월 이후 최대였다.

린 그룹의 아이라 엡스타인 이사는 "트레이더들이 시장에 되돌아오고 있으며 많은 매니저들은 지난해 수익올렸던 것을 현금화해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는데 금이 현금화의 타깃이 된 셈이다.

우선적으로 금이 급락한 원인은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해진 영향이 컸다. 이날 발표된 공장주문 지표가 예상 외의 증가세를 보였고 제너럴 모터스(GM) 등의 자동차 판매도 예상치를 웃돌아 미국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점도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 역시 안전자산이라는 점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오히려 약세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유럽이 여전히 재정위기라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감안하면 불안심리가 완화됐다고 해서 유로를 사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여진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에 대한 기대감이 위축된 것도 금 급락의 배경이 됐다. 사실 최근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금이 어울리지 않게 동반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은 디플레에 우려를 낮춘 반면 여전히 인플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인플레 기대심리로 버티던 금 가격은 급락할 수 밖에 없었다.

아처 파이낸셜 서비시스의 스티븐 플라트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 급락과 관련해 "건전한 조정을 보게 될 것"이라며 "135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의사록을 통해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연준의 입장도 어느정도 확인됐다. 지난달 FOMC 직전 월가가 가장 주목했던 이슈 중 하나는 국채 금리에 대한 연준의 판단이었다. 당시 FOMC를 앞두고 2주 가량 10년물 국채 금리가 2.8%에서 3.2%로 급등했기 때문이었다. 국채금리 급등은 연준의 국채 매입 노력도 헛되이 만드는 요인이었기에 양적완화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FOMC 당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날 의사록을 통해 연준은 국채 금리 급등의 배경 중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아직은 금리 급등에 대해 크게 우려할 이유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 아울러 양적완화도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확인시켜줬다.

다수의 월가 관계자들은 의사록이 증시에 힘이 돼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