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남편과 바람을 피운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내용이 담긴 경고 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낸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재영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36)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선 반복적인 행위가 인정이 돼야 한다"면서 "배씨가 남편과 바람을 피운 것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37번 경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되나 횟수만을 고려해 이를 반복적인 행위라 단정할 수 없고 배씨가 보낸 메시지로 상대방이 공포를 느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씨가 보낸 메시지 내용에 다소 과장되거나 격앙된 표현이 포함되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 상대방 여성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점, 상대방 여성이 먼저 집으로 찾아오는 등의 일이 없었다면 배씨가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배씨가 보낸 메시지가 상대방을 비아냥거리거나 자신이 취할 조치를 알리는 정도의 수준이었을 뿐 욕설을 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내용은 아니었던 점 등 메시지를 주고받게 된 경위, 메시지의 내용 및 표현방식에 비춰 배씨를 관련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씨는 2008년 9월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가만두지 않겠다', '이혼접수하고 간통고소 접수했다'는 등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는 등 7개월 동안 경고 메시지를 37번 보내 공포심을 유발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벌금 50만원에 불복한 배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은 인정되나 반복적인 행위로 볼 수 없고 상대방에게 공포나 불안감을 유발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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