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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인사이트] 인도의 '화장실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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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제 이끌 나라 '용변 지뢰밭'
경제손실주범 늑장대책 호들갑


[인디아인사이트] 인도의 '화장실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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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인디아 포춘 소장]인도 수도인 뉴델리 남부 번화가 한복판에는 고급호텔인 하얏트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이곳은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러 걸어서는 지나가지 못할 정도다. 악취의 진원지는 버스정류장 보행자 도로 옆 담벼락이다. 담벼락에는 늘 많은 남자들이 늘어서서 소변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경제강국'인도의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풍경이다.

남자들이 도로변에서 일을 보는 광경은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때는 주저 앉아 '큰 일'을 치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인도인들이 '일'을 보는 장소는 주로 도로변, 강가, 철로변, 논이나 밭 주변 등이다. 특히 인도에서 등산이나 관광차 숲 속에 들어갈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곳은 '용변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이런 현상은 인도에 공중화장실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길거리에서 여인들의 '일' 보는 광경은 매우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생리현상이야 남녀의 구별이 없을 텐데도 말이다. 듣기로는 인도 여성들의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골 여성들은 대개 새벽 일찍 일어나 주변 논밭에서 볼 일을 본 후 캄캄한 밤이 될 때까지 하루종일 참는다고 한다. 요즘 배운 여성들은 화장실을 혼수로 마련하지 못한 남성들과는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

인도에서 '화장실이 없으면 신부도 없다(No Toilet, No Bride)'란 캠페인이 크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2년 전 인도 북부 하르야나 주에서 시작한 이 캠페인의 결과 지난 2년간 140만개의 화장실이 새로 지어졌다.


인도에서 화장실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2008년 발간된 국제연합(UN)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6억3800만명이 화장실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11억7000만명 가운데 자그마치 55%다.


이는 불명예스런 세계 1위로, 2위인 인도네시아(5800만명)나 3위 중국(5000만 명)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다.


인도가 화장실 부족으로 입는 경제적 피해도 엄청나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가 화장실 부족과 열악한 위생으로 인해 치르는 비용이 매년 540억달러(약 62조26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화장실 부족에 따른 경제손실의 주된 이유를 '조기사망, 설사병 등의 환자치료, 질병으로 인한 시간 낭비'라고 들면서 "이 분야의 손실액만 385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관광수입 손실도 2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영연방올림픽(커먼웰스게임) 때 외국인이 인도를 많이 찾지 않은 이유도 화장실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인도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까지 1억개의 화장실을 설치해 모든 인도인들에게 화장실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기한 내에 달성하기 위해선 1분당 78개, 하루에 11만2300개의 화장실을 지어야 한다.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비판자들은 정부에 목표 연도를 2015년으로 늦추라고 권고한다.


어찌됐든 인도 정부는 앞으로 화장실 설치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 경우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화장실 설치에는 건축, 설계, 배관, 토목, 전기, 페인트, 정화조 등 많은 부품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향후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화장실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인디아 포춘 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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