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최근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은행권 1위 자리를 탈환한 웰스파고가 ‘얌체’ 거래로 법정에 설 위기에 처했다. 오하이오 교직원 퇴직 연금이 ‘증권대출 프로그램’으로 인한 손실분을 웰스파고가 보상해야 한다며 법원에 판결을 요구한 것.
1주일 전 오하이오 퇴직 연금은 웰스파고가 소유한 와코비아 은행의 ‘증권대출 프로그램’으로 입은 손실 2370만달러를 와코비아 은행이 보상해야 한다고 콜럼버스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증권대출 프로그램이란 연기금이 은행과 계약을 맺고 보유 주식이나 채권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대비해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하는데, 은행은 이 자금을 이용해 투자에 나선다. 연기금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연기금과 은행 및 투자자들이 수익을 공유하지만,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연기금만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오하이오 퇴직 연금은 와코비아 은행과 증권대출 프로그램을 맺었는데, 와코비아 은행은 이로 인해 발생한 2500만 달러를 ‘시그마 파이낸스’라는 자산유동화회사(SPC)의 채권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채권 만기를 채 3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파산했고, 이로 인한 손실분은 고스란히 오하이오 퇴직 연금으로 이전됐다.
오하이오 퇴직 연금은 시그마가 투자하기에 적당한 회사가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하이오 퇴직 연금은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시그마는 유동성이 부족한 등 위험성이 매우 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웰스파고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로라 페이 웰스파고 대변인은 “당시 시그마는 투자를 피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면서 “와코비아는 항상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주장했다.
증권 대출 프로그램으로 손실을 입은 연기금은 오하이오만이 아니다. 심지어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은 연기금들이 증권대출 프로그램에서 빠지는 것을 막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증권대출 프로그램은 윈-윈(Win-Win)을 표방하고 있지만, 손실은 혼자 뒤집어 써야 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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