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을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냐"는 발언으로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천정배 최고위원 구하기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민주노동당도 팔 걷고 한나라당에 대대적인 반격을 펼쳤다.
손학규 대표는 29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최고위원의 발언은 흔히 하는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마치 천 최고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죽여라'라고 얘기한 것처럼 왜곡ㆍ과장하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여권의 공세 배경으로 "독재정권 말기가 가까워지면 충성경쟁이 극심해진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평가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정부ㆍ여당이) 먼저 모범을 보여라. '보온병 포탄'을 가지고 군을 비하하고 '룸싸롱 자연산' 발언으로 전 여성을 비하하고 성희롱화 한 한나라당 대표는 어떻게 됐나"고 따졌다.
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내려야 마땅한 정권"이라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에 광란의 폭주운전을 하고 있다면 말리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권리이고 저와 같은 정치인, 특히 책임 있는 야당 정치인의 의무"라며 여당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았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천 최고위원이 대통령 개인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을 뿐인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왜 이런 오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천 최고위원의 발언이 지나쳤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한 재선 의원은 "거친 발언인 것은 사실"이라며 "전반적으로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설명하려는 의도는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지만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서도 논란이 된 천 최고위원의 수원에서 열린 장외집회 발언을 수정한 상태다. 당 게시판에 올린 공개된 발언록에서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대목은 삭제됐다. 당 관계자는 "당시 천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천 최고위원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여갔다. 한나라당은 "천 의원의 망언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공분과 함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를 규탄했다"면서 천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또 별도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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