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김형진 전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회장이 상장사를 인수하며 마침내 증권가로 돌아왔다.
IMF 외환위기 시절을 즈음해 채권업자에서 증권맨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며 자본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던 그가 '절치부심'의 시절을 거쳐 상장사를 인수하고 이동통신 사업을 통한 부활을 꿈꾸며 증시에 컴백한 것이다.
지난 24일 온세텔레콤은 최대주주인 알덱스와 대한전선 옵토매직이 보유한 주식 39.34%를 세종텔레콤에 195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세종텔레콤은 김형진 회장이 운영중인 기업이다.
이같은 공시에 힘입어 당일 온세텔레콤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고 27일 증시에서는 개장 직후 9% 가까이 상승하는 강세를 시현했다.
시장은 김 회장의 온세텔레콤 인수를 환영한 셈이다. 그런데 온세통신보다 더욱 주목받는 것이 김형진 회장 본인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함께 스타로 떠올랐다. IMF 시절 채권 매매를 통해 거액의 이익을 냈고 동아그룹이 휘청이자 동아증권을 인수해 세종증권을 출범시켰다. 채권중개업자가 증권사 오너로 변신하는 드라마를 쓴 셈이다. 마침 불어온 주식 투자 열풍으로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세종증권의 가치는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그는 곧 역풍에 휘말렸다. 채권 매매 중개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세종증권 매각 의혹이 제기되며 제대로 된 사업 역량을 펼칠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세종증권에서 손을 뗀 후인 지난 2007년에는 세종캐피탈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자인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를 인수해 세종텔레콤을 출범시키며 IT로 업종을 변환했다. 이후 인터넷전용회선과 인터넷 데이터센터, 국제전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번 M&A를 통해 다소 위축됐던 사업을 이동통신을 통해 전환하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의 등장은 통신업계에서도 화제거리다. 최근 온세텔레콤은 기존 통신사로 부터 망을 빌려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을 법적으로 허용하며 이동통신 요금 인하라는 정책적 목표를 추진 중이다. 김회장도 세종텔레콤을 통해 MVNO 사업을 추진중이었다. 유선에서 벗어나 무선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온세텔레콤의 경우 모기업인 대한전선이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과정이어서 신규 사업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번 인수 합병을 통해 대한전선의 부담은 덜고 김 회장은 유선통신 사업 대신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윈윈효과를 내게 됐다.
김회장은 이미 세종텔레콤의 인터넷전화 국제전화 사업을 CJ헬로비전에 매각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그만큼 이동통신 사업으로의 역략 집중에 나선 셈이다.
김형진 회장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또다른 통신사업자인 드림라인도 인수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세아그룹과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세종텔레콤은 내년 정기주총을 통해 온세텔레콤의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이동통신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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