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국내 최초로 비행시간 3만 시간을 돌파한 객실 여승무원이 대한항공에서 배출됐다.
주인공은 현직 국내 객실여승무원 중 최장 비행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순열 사무장(여, 55세)으로, 1978년 7월 대한항공 입사 뒤 32년 5개월 만에 비행 3만시간 돌파의 대기록을 세웠다.
비행 3만시간은 거리로 치면 약 2650만km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늘에서 근무한 시간만 3년 6개월에 이르고, 지구를 662바퀴 돈 것과 같은 기록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지난 23일 인천공항 도착장에서 밴쿠버발 인천행 KE072편 근무를 마치고 도착해 비행 3만 시간을 돌파한 이 사무장에 대한 비행 3만 시간 돌파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 사무장은 지난 1978년 대한항공 입사 후 32년 동안 줄곧 하늘을 근무지로 삼아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해 왔으며, 지난 2001년과 2006년 각각 비행 2만시간과 2만 5000시간을 돌파한 데 이어 내년 8월 정년을 앞두고 3만 시간 비행이라는 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 사무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영어선생님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이후 승무원의 꿈을 키워오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승무원 됐다"며 "손님을 꺼리고 피하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손님이 그 마음을 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번 비행마다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승객은 마닐라행 비행기에서 만난 필리핀 여고생이다.
이 사무장은 "여고생 비행 중 급체로 갑작스럽게 구토를 하는 바람에 맨 손으로 토사물을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면서 "처음에는 비위가 약해 비행기 멀미로 토하는 승객들을 피하려 한 적도 많았지만 기도하는 심정으로 노력하자 신기하게도 정말 손으로 토사물을 받아내도 냄새를 전혀 못 느끼는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30여 년 간 지속해 온 비행 생활이 곧 끝난다는 마음에 요즘에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승객들마저 사랑스럽고 예뻐 보인다'는 이 사무장은 "요즘 입사하는 후배 승무원들에 대해선 매너나 외국어 등 외적인 실력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승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은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2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을 하늘에서 보내며 청춘을 보낸 이 사무장은 "내년에 정년 퇴직을 하면 우선 칠레 산티아고로 850km 도보 여행을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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