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훈 기자]세계 휴대폰 시장 1위인 노키아가 재진입 2년이 다되도록 국내시장에서 전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KT에만 제품 공급해오던 노키아는 최근 SK텔레콤에도 구애의 손길을 내밀며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여의치않은 상황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휴대폰 시장의 34%가량을 점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가 국내시장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09년 6년만에 국내 시장에 재진입했지만 2년에 다되도록 15만여대를 판매한 게 고작이다.
노키아는 지난해 4월 복귀작인 네비게이션폰인 6210S를 시작으로 뮤직폰인 5800 익스프레스뮤직, 올해 X6 컴스위드뮤직 등 3종을 출시했다. 그러나 고가 하이엔드(High-end)폰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대부분 출시직후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실제 지난 5월 출시된 X6의 경우 24개월 약정만 하면 아무 요금제나 선택해서 공짜로 구매할 수 있고 위약금도 8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요금제와 관계없이 염가에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인 만큼 입문용으로는 제격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전반적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인터넷포털 네이버에 글을 남긴 한 사용자(ynk8****)는 "다른 스마트폰은 기본료가 비싸 엄두를 못냈으나 노키아폰은 요금제가 자유고 공짜폰이라서 선택했다"면서 "그런데 스마트폰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앱이 적고 간혹 멈춤현상이 발생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본거지인 한국시장을 직접 공략키로 한 노키아로서는 제대로 된 싸움한번 못한 채 자존심에 상처만 입은 셈이다. 게다가 이미 아이폰 쇼크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트랜드에 대응하지 못하며 칼라수보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마저 교체하는 등 노키아의 입지는 급락한 상태다. 벌써부터 노키아가 한국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본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며 출시키로 한 N8은 당초 10월경이면 국내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년 1월로 미뤄진 상태다. N8은 최신 '심비안^3' 운영체제를 탑재한 첫 모델로 1200만화소 카메라와 720P HD급 동영상 촬영기능, 3.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기반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갖춘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심비안 플랫폼과 앱 생태계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애플 아이폰4와 삼성전자 갤럭시S, HTC의 디자이어HD 등 쟁쟁한 경쟁작의 틈바구니에서 성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N8은 지난달 해외에서 치명적 전원결함 문제까지 불거져 노키아를 긴장시킨바 있다.
노키아는 난국을 타개하기위해 최근 SK텔레콤에도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SK텔레콤은 "라인업 확대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명확한 출시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초 노키아 국내 진입당시에도 첫모델인 6210S 도입을 협의하다 결국 접은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로서는 시장 1위 업체인 SK텔레콤과 거래해 국내시장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산이겠지만 2년이 다되도록 히트작하나 못 내놓는 노키아를 SK텔레콤이 과연 받아드릴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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