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격돌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의 현격한 이견차에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 타결에 대한 정치권의 찬반논란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309조6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처리와 관련, 4대강 사업비의 삭감 여부를 놓고 치열한 갈등을 벌여왔다. 한나라당은 미세 조정은 가능하지만 보와 준설 등 핵심사업의 삭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민주당은 보와 준설사업 등 핵심 사업비의 대폭 삭감을 통해 민생복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첨예하게 맞서왔다. 한나라당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000억원 수준의 삭감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를 포함해 6조7000억원의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일 새해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넘기면서 여야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5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 6일 예결특위 전체회의 처리를 거쳐 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강행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4대강 강행처리에 나설 경우 물리적 저지 방침을 밝히고 있어 최악의 경우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몸싸움 사태도 우려된다. 민주당은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로 인해 예산안 심의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충분히 더 심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강행처리에 돌입할 경우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저지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야당 및 시민단체와의 공조를 통해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장외투쟁도 지속할 방침이다.
이러한 가운데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4대강 사업의 삭감 여부를 놓고 여야간 치열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고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주요 상임위에서도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다.
4대강 갈등 이외에도 지난 3일 타결된 한미 FTA 추가협상을 놓고도 여야간 공방이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국회 비준을 위한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고 있지만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밀실, 졸속협상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FTA는 단순한 통상문제가 아니라 수출주도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중차대한 생존전략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진 만큼 국회에서 하루빨리 비준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미 FTA에서 한국 측의 유일한 의미 있는 성과로 인정되던 자동차 분야의 관세철폐시한 연장까지 해준 것은 협상의 이익은 간데없고 굴욕적인 독소조항만 남은 무용지물 FTA"라고 평가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의 국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 미국의 일방적인 조공협상하는 정부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는 선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도 논평을 내고 "속전속결 방식의 밀실협상으로 일관하며 미국의 요구는 모두 수용하고, 제한된 분야에서만 양보를 얻어내는 나쁜 전례를 만들며 국민을 속인 꼴이 됐다"고 맹비난하며 "국익 확보에 소홀히 하고, 국민의 신뢰마저 저버린 채 이익균형을 실현했다고 말하는 정부의 재협상 내용과 방식에 우리 자유선진당은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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