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는 그제 당초 정부안인 31조2795원보다 2.3%(7146억원)가량 늘어난 31조9941억원 규모의 내년도 국방 관련 예산안을 의결했다. 국방부가 서해 5도 전력 보강을 위해 증액을 요구한 4556억원보다 더 많이 늘린 것이다.
국방위가 국방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은 수긍할 만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도 북의 해안포를 제대로 타격할 수단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해 5개 도서지역 군 전력 증강의 명분은 충분하다. 추가 도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증액의 타당성을 인정한다 해도 따질 것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증액된 국방 관련 예산이 과연 효율적으로 편성됐는가 하는 점이다.
증액 예산에는 K-9 자주포(866억원), K-55A1 자주포(115억원), 대포병 탐지레이더(371억원) 등 방위력 개선비가 5000여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서해 5도 긴급 전력 보강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간부급 휴일 당직비(83억원), 장교후보생 부교재비(16억원), 예비군훈련 보상비(87억원) 등 경직성 인건비 등도 2150여억원에 달한다. 증액 명분을 틈타 불요불급한 예산을 끼워넣은 것은 아닌지 철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 9월까지 책정된 예산의 절반도 쓰지 않은 국방 관련 사업이 66개나 된다고 밝혔다. 차세대 한국형 전차 K-2(흑표) 양산 사업은 예산 382억원 중 600만원(0.2%)만 사용했다. 지난해에는 인건비 8조6260억원 중 527억원은 다른 용도로 쓰고 507억원은 아예 불용액이 됐다. 그런 상황이면서도 해병대의 대포병 레이더 4개, K-9 자주포 6문, K-1 전차 6대 증강 요구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자원 배분 및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북한의 도발 위험이 상시적 상황이라는 점에서 방위력 증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은 안 된다. 서해 5도 지역의 전력 증강뿐 아니라 국방 예산 전체를 다시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장 늘려야 할 부문은 어디이고 장기적으로는 어느 부문을 늘려야 하는지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결위는 우선순위를 잘 따져 국방예산에 비효율 요소는 없는지 촘촘히 심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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