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급성장에 위기의식..'일본 경쟁정보전략 협회' 한국 기업들 경쟁력 분석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의 급성장에 화들짝 놀란 일본이 '한국 배우기'에 돌입했다. 일본 기업은 물론 학회까지 나서 한국 기업들의 성장 비결을 분석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한국 견제에 나서는 형국이다.
30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쟁정보전략 협회'(The Japan Society of Competitive Intelligence) 임원들이 최근 방한해 한국타이어 등 국내 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회는 브릿지스톤ㆍ스미토모ㆍ요코하마 등 일본 자동차 타이어 업체의 후원을 받는다. 앞서 브릿지스톤 등이 한국 내 소식통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분석해오던 터여서 한국 기업들의 급성장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기업들이 학계까지 동원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국내 학계 관계자는 "일본 경쟁정보전략협회 내 주요 인물들이 한국을 방문해 국내 타이어 기업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가고 있다"며 "공식적인 학술 활동이지만 그 배경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일본 경쟁정보전략협회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 기업의 기초연구부터 실용화까지 시간이 짧은 이유' '한국 기업들의 기초 연구 현황' 등 일반적인 내용은 물론 '한국타이어 연구소 역할' '한국타이어 타이어 재료 연구 현황' 등 사실상 기업 기밀에 속하는 자료까지 포함돼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의 한국 견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최근 행보는 국내 타이어 업계의 급성장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한국타이어는 2001년 11억 달러에 그쳤던 글로벌 시장 매출이 2009년 39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금호타이어도 13억달러에서 22억달러로 몸집이 커졌다.
업계 순위도 상승했다. 한국타이어는 2007년 처음 요코하마를 제친데 이어 올해는 세계 6위이자 일본 2위인 스미토모를 넘어설 기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매출 44억 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할 것"이라며 "스미토모를 제치고 세계 6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계 1위인 브릿지스톤과도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의 맹추격에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다만, 일본의 한국 배우기가 본격화된 만큼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의 재반격이 가시화되면서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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