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제의에 대해 "(6자회담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밝힌 데에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대충 넘어갈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후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달초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제의하고, "현재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차원에서 이런 협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 자리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를 논의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면담에서 6자회담과 관련해 중국측의 언급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오늘 면담에서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지만, 중국이 기자회견에 6자회담 제의만 발표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우리측 참석자들은 (6자회담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면담에서는 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전했지만, 양국 정부의 기존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외교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의 결론만 도출한 셈이다.
이는 북한이 우리 군과 민간인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고서도, 사태의 책임을 남한에게 미루는 등 인면수심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 없이 회담장에 나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정부는 특히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이 한반도 정세와 6자회담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계획하에 진행된 만큼 북한의 시나리오 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 영토내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군사적 공격을 당한 엄중한 사태를 북한의 사과조차 없는 상황에서 6자회담 등 외교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6자회담 제의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만한 카드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서 결국 시간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외교전문가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가시적 조치나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사과 등 6자회담을 위한 조건이 성사돼야 회담에 임한다는 것이 우리와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중국의 중대발표라고 해서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른 전문가는 "현 상황에서 6자회담 제의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도 동의할 수 없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동시에 현재의 남북한 긴장상황을 6자회담으로 바꾸고 싶어하지만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핵 포기 등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미국도 6자회담 재개에는 반대하는 모습이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2일 일본을 방문하던 중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나서는 와중에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국제사회 성원들은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약속을 실천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취해야 한다"며 중국의 대북 압박 동참을 우회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 후쿠야마 테쓰로 관방 부장관은 28일 "한국 및 미국과 협조하면서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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