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사장 3대 경영승계 본격화..창업주 경영철학으로 내부동요 차단효과도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 23주기 추모일을 맞은 삼성이 창업정신인 '사업보국' 정신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길 것을 임직원에 당부했다. 특히 이번 추모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으로의 경영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내부동요를 창업철학으로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에 따르면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 이인희 한솔 고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현 CJ회장 등 범 삼성가 인원과 삼성그룹 경영진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암 이병철 창업주 2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 날 삼성은 임직원 인트라넷인 '마이싱글'을 통해 삼성그룹의 태동이 됐던 삼성상회 간판을 첫 화면으로 보여주며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삼성의 창업정신을 이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독립국가 한국의 기업가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나라 부강(富强)의 기초가 되는 민족자본의 형성이야말로 당면한 최우선의 과제다..'라는 호암자전의 글을 발췌해 게재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시작된 곳인 대구시 중구 성내 3동에 위치한 '삼성상회터'라는 나무간판과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이 국수를 만들었다고?'라는 글도 대비시켜 도전정신의 중요성도 함께 주지시켰다.
당시 이미 대구에는 5개의 국수공장이 있었지만 호암이 창업한 삼성상회는 이웃 상인들이 깜짝 놀랄만한 구매와 판매, 관리기법을 동원해 고품질 '별표 국수'를 생산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삼성상회는 호암의 3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호암 이병철 회장은 평소 '기업가정신', '인재제일', 사업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삼았지만 경영철학의 뿌리로는 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사업보국'을 가장 우선시했다.
호암은 "자기만 살 잘아보겠다는 것은 기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국가와 사회가 먼저 있고 그 다음에 기업이 있는 것이다."며 고리대금업이나 매점매석 장사군, 투기를 일삼는 사람, 기업을 부실하게 만들어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사람은 기업인의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한편 삼성이 전 그룹 임직원들에 창업정신을 강조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3대 경영승계가 본격화되더라도 '삼성의 경영뿌리는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임직원들에 주지시킨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최근 '젊은 조직과 리더'를 누차 언급, 이재용 체제 구축이 메머드급 인사·조직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내외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 조직추스리기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가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좋든 나쁘든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 때는 임직원들에게 창업초심을 강조함으로써 일치된 지향점을 제시, 사내단결을 도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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