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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피트 상공에서 남자 아이 출산한 산모 이야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1초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손님 여러분! 방금 전에 우리 비행기에서 임산부 승객이 기내에 탑승했던 의사 선생님과 미국인 조산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기를 순산했습니다. 앞으로 산모의 건강과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의 앞날에 많은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을 법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7일 새벽 3시 일본과 인접한 태평양 상공을 비행 중이던 대한항공 LA발 인천행 KE012편 기내에서 산모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것. 이후 객실승무원 정지연 사무장(39)의 기내 방송이 나가자 곳곳에서 승객들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 15일 밤 11시 50분(LA 현지시간) 미국 LA공항을 이륙해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012편이 이륙한 뒤 8시간 30분이 경과한 17일 오전 2시경(한국시간)에 한국계 미국인이자 임신 7개월 임산부 전모(45세) 씨가 기내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승객의 상태가 심각하자 승무원들은 전 씨의 요청대로 산소호흡기 착용이 가능한 좌석으로 안내해 기내에서 산소를 공급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전 씨가 임신 7개월로 출산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미국인 조산사 비키 펜웰(여, 52세) 씨가 전 씨의 출산 가능성을 승무원들에게 알린 순간부터다. 비키 펜웰 씨는 미국 LA에서 아기 2100여명의 출산을 도운 경력 30년의 베테랑 조산사로, 마침 필리핀 마닐라에 조산원을 개업하기 위해 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대한항공 KE012편 기내는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장은 위성 통신망을 통해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에 출산이 임박한 승객이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항공의료센터에서 당직 근무 중인 의사와도 연락을 취해 기내 출산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객실 승무원들은 항공의료센터와 연락을 유지하면서 전 씨를 일등석으로 옮겼으며 일등석 기내에서 사용되는 기내 가운과 기내 담요를 잘라 아기 요람을 즉석으로 만드는 등 본격적인 출산 준비를 시작했다.


아울러 기내 승객 중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지 여부를 승객들에게 물어본 결과 서울 아산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박덕우 박사(37)가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움을 청했으며 출산 경험이 있는 승무원을 포함해 승무원 4명이 전담 도우미로 나섰다. 진통이 시작되자 승무원들은 평소 교육 받은 응급 처치 매뉴얼에 따라 임산부와 '하나 둘 셋 넷' '후후'하며 호흡을 같이 하는 등 한 마음으로 출산을 도왔다.


이때부터 숨 가쁘게 펼쳐진 3만 피트 상공의 출산 과정을 통해 일등석으로 자리를 옮긴 전 씨는 진통이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일본과 인접한 태평양 상공에서 건강한 남자 아기를 출산했다. 대한항공은 산모 및 신생아 모두 건강하며 도착지 공항이 가까워 비행이 가능하다는 기내 의사 소견에 따라 기장과 종합통제센터, 대한항공 항공보건의료센터 의사가 협의해 계속 비행하여 정상 스케줄인 6시 44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가 인천공항 도착 즉시 전 씨와 아기가 병원으로 후송될 수 있도록 앰블런스를 사전에 준비했으며 산모와 아기는 현재 인천시 신흥동 인하대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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