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상/'낙하산' 투하에 흔들리는 군기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 해 30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국방부. 이 가운데 함정, 화력, 감시통제 등 부문별로 무기를 도입하고 정비하는데 투입되는 금액만 연간 10조원에 달한다. 무기체계 특성상 거액이 소요되는 데다 무기도입 결정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각 군에서 무기체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면 합동참모본부에서 이를 검증하고 방위사업청에서 무기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요 부서는 방산기업과 특별한 관계를 갖게 되며, 이해관계 역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게 마련이다. 본지는 육해공군을 대상으로 최근 퇴직한 주요 정책부서의 군 간부 등 제대군인의 방산기업 취업 현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3회에 걸쳐 국내 방위산업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해법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상>이해관계 얽힌 방산기업과 전역 군간부
국방부는 하사 이상 초급간부급 전역군인 취업을 돕기 위해 올해만 제대군인 지원센터운영비 38억원, 전직 기본교육 17억 5000만원, 취ㆍ창업 전문교육 9억원, 직업훈련 바우처 5억 4000만원, 제대군인 전직지원금 12억 9000만원을 지원했다.
공ㆍ사 기업체에 전역군인 3~8% 고용의무제를 도입해 취업할 수 있는 자리를 미리 확보했다. 취업직위 중 산하기관과 방산업체에 할당된 자리는 1799개에 이른다.
하지만 취업현황 조사결과 방산업체에 취업한 전역군인은 대부분 영관급 이상 장교들로 채워졌으며, 취업제한 기업에 취업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군과 방산기업간 유착관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근 방산산업에 도전장을 낸 한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영관급이상 장교들을 데리고 올 경우 이에 맞는 예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아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마냥 방산산업에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취업제한 기업에 '위장 취업'하는 전직간부들= 본지 조사대상인 대기업 24개, 중소기업 41개 등 국내 방산기업 65개중 취업이 제한된 방산기업은 모두 33개다. 현재 취업중인 전역군인은 800여명인데 이 가운데 취업제한 기업에 입사한 전역군인은 총 637명에 이른다. 간부급 장교는 관련 사업부서에서 근무했을 경우 전역 후 2년간 취업이 금지된다. 전역 전 3년간 관련사업부서에서 근무했을 경우에는 사전 신고와 승인없이는 해당업체 취업이 금지돼 있다.
특히 4급 이상 공무원, 대령이상 군인, 2급 이상 군무원 등 퇴직 공직자가 취업제한기업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위반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방산기업 관계자는 "국방관련 신규사업을 하려면 군정책과 당국에 접근해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고위급 전역 군인을 방산기업에 취업시키면 이를 통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역군인이 취업제한기업에 입사할 경우, 한동안 방산기업이 아닌 계열사에 취직하는 '위장 취업'을 하거나 4대보험 적용 등의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직접 월급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군간부는 전역전 근무기간에 따라 직업보도 교육도 받을 수 있다. 10~12년 근무한 전역자는 5개월, 30년 이상 근무한 전역자는 12개월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교육기간 중에는 아직 군인신분이기 때문에 겸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전역도 하기 전에 취업하는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에서 방산업체 등록된 전체 91개 업체(2010년 2월 기준) 가운데 본지가 이번에 조사대상으로 삼은 65개 업체중 에도 제대 전 취업한 전역군인이 91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간부가 교육기간 중에 취업할 경우에는 조기전역을 신청하거나 취업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군에서 받는 월급에 방산기업에서 주는 월급까지 얹어 받는 파렴치한 군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조기전역을 신청하거나 취업 신고를 하게 되면 소득에 따라 연금이 차등 지급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매출 따라 전직간부 채용 많아= 지난 2008년 기준 방산업체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LIG넥스원이 8455억 2600만원으로 1위에 랭크돼 있다. 삼성테크윈(8226억 1600만원)이 2위이며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5962억 4900만원), 삼성탈레스(5751억 9900만원), 두산인프라코어(5322억 500만원)-두산DST(5322억 500만원), 한화(4779억 7700만원), 현대중공업(4680억 5200만원), 현대로템 (4477억 6300만원), 풍산(3276억 7200만원) 등의 순이다.
이들 업체 중 전역군인 취업자가 가장 많은 업체는 삼성테크윈으로 14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LIG넥스원이 49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 45명, 삼성탈레스 43명, 두산DST 20명, 현대로템 ㆍ 풍산(각 18명), 한화 14명, 현대중공업 8명 등을 포함하면 총 364명에 달했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취업인원 전체 149명 중 장기복무자는 54명(장교 19명, 부사관 35명)"이라며 "ROTC 출신 등 단기복무자 95명(장교 44명, 부사관 51)을 더해서 1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기 복무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여타 방산기업보다 취업자 수가 훨씬 적다"고 해명했다.
▲취업현황조사 어떻게 했나
국내 기업 중 방산기업으로 지정된 곳은 올해 2월 기준 총 91개 기업이다. 방산기업 지정은 방위사업청이 지식경제부에 등록을 요청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들 기업 중 40개 업체를 지정,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 제한 기업으로 정해놓고 있다. 재산등록 의무자였던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 유착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없애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립하자는 것이 취지다.
지난 2월부터 본지에서 조사한 대상은 11월 기준 91개 기업의 전역군인 취업자 명단이다. 본지는 이름, 전역 전 소속 군, 전역 전 계급, 전역 전 소속부대, 군복무기간, 방산기업 취업일자, 취업한 방산기업, 소속부서, 현재 직급 등을 조사했다. 이를 다시 엑셀(Excel)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렬하고 데이터화했다.
또 이를 기업별로 나눠 방산기업에 다시 배포해 확인하는 작업으로 진행됐다. 확인을 요청한 기업중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보내준 기업은 두산, 광림,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퍼스텍, 현대위아, 삼양컴택, 휴니드, 삼성테크윈이다. 나머지 기업은 비공식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확인이 안되거나 계급이 부사관이하인 취업자가 3명이하일 경우에는 대부분 명단에서 제외했다.
특히 전투기 등 항공기 조종사는 취업자명단에서 제외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군출신 조종사만 1004명(준위 8명, 대위 229명, 소령 686명, 중령 79명, 대령 2명)으로 조사돼 군별 취업에 형평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종적으로 정리된 명단은 65개 기업의 취업자명단 805명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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