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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의 편지 "G20합의, 한국이 디자인한 글로벌 내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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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늘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편지는 이번에도 이렇게 끝났다. 16일, 윤 장관이 다시 한 번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명절이나 장기 출장을 전후해 윤 장관은 종종 직원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윤 장관식 '감성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편지 곳곳엔 문학소년, 할리우드 키드로 살았던 고교 시절의 감성이 묻어난다.

지난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윤 장관은 편지 서두에 "모든 의제에서 이해가 충돌했고, 회의체의 지속적인 추동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각 국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이해를 조정하고, 상생의 공약수를 찾아내 중재하고, 높은 수준의 원칙과 결단을 요구했다"고 적었다.


윤증현의 편지 "G20합의, 한국이 디자인한 글로벌 내비게이션" 윤증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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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지난주 G20 정상들은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의 경로(經路 ? Path)와 그 실행 계획'에 합의했다"며 이를 "우리의 리더십으로 디자인한 경로, 우리가 중재하고 조정해 만든 글로벌 내비게이션"이라고 표현했다.


윤 장관은 옛날 로마군의 마차를 말 두 마리가 끌던데서 연유해 유럽 정복후 로마군이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에 맞춰 유럽의 도로를 만든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지구촌의 미래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칠 새로운 경로를 만들고 있다"며 G20 의장국의 의미를 설명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던 과정의 고단함도 털어놨다. 그는 "창을 베고 누운 채로 아침을 맞는다(枕戈待旦)라는 말이 있다"며 "생각해보면 G20을 유치한 그날부터 지난 1년여 간 갑옷을 벗지 못한 채 야전에서 전투태세로 보낸 느낌"이라고 했다.


윤 장관은 "보통은 에너지의 7~8할을 쓰고 2~3할은 비상용으로 비축해두는 기분으로 일하는데, 그동안은 정말 많은 날 저녁이면 기진(氣盡)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아침이면 낯설고 새로운 힘이 몸에 가득 채워졌다"며 "10~20년후 한국 경제의 위상을 상상해보면 나오는 엔돌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당면 현안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윤 장관은 "예산안, 세제개편 등 각종 법안,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경제정책과제, G20 후속조치, 2011년 경제운용방향 등을 여러분 업무의 우선순위에 놓아주기 바란다"며 "예산의 경우, 당장 좋다고 농부가 씨앗을 삶아 먹거나 소를 잡아먹으면 안되듯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늘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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