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31일 경찰의 강제연행에 반발해 분신한 김준일(46)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입원한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과 야당대표들은 기자 회견에서 정부에게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회견이 끝난 직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병원을 방문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아직도 용산참사의 기억이 생상하다"고 말문을 연 뒤 "이번 사태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가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관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도저히 묵과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일로 노동계와 야당이 공동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시 상황은 노사 교섭이 아니라 (경찰의 강제연행)을 위한 함정"이라면서 "모든 책임은 조현오 경찰청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교섭 도중 대표자를 연행한 것은 사신의 목을 벤 것과 같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KEC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G20도 없다"고 말하면서 이번 사태와 G20 규탄시위를 연계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이번 사태는 노사관계 선진화의 핵심인 타임오프가 빌미"라면서 "구미 KEC는 타임오프도 법정 수준으로 받아들였지만 정부가 노조조합 말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전태일 40주기에도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고 폭력적인 탄압을 해왔다"면서 "노사자율과 대화의 원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야당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와 사측에 △경찰병력 및 용역직원 철수 △농성조합원에 음식과 물, 여성용품 등 생필품 제공 △직장폐쇄 철회 △국회 차원의 철저한진상조사 등을 요구했다.
민노총에 따르면 KEC 노사는 30일 오후 7시 교섭을 시작했는데 오후 10시께 노사 대표가 정회를 선언하자 경찰이 교섭장에 들어가 노동자 대표를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준일 지부장은 화장실로 피신했으나 경찰이 쫓아오자 얼굴에 시너를 붓고 분신했다.
민노총 관계자는 "김 지부장은 얼굴과 팔에 3도 화상, 전신 2도 화상을 입었다"라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말을 전혀 못하는 상태로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생산업체인 KEC 노조원 200여 명은 21일 구미1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으며, 경찰은 12개 중대 12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외부 접촉을 차단했다.
지난 28일에는 경찰헬기가 KEC 구미사업장의 정문 인근에서 저공비행하다가 노조원 천막을 무너뜨려 안에 있던 임신부를 포함한 여성 노조원 5명을 다치게 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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