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5살 소녀가 한부모 가족이 되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부모의 이혼을 허락해달라는 진술서를 법원에 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부모 가족은 미성년 자녀가 부모 중 한 쪽의 사망이나 이혼으로 편모 또는 편부와 사는 가족이다.
27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15)양은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채 어머니 혼자 돈을 버는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며 부모가 이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최근 이 법원에 냈다.
A양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화목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지냈다. 모든 게 변한 건 2008년 5월 아버지가 일을 구했다며 지방에 내려가면서 부터였다.
처음에는 전화도 하고 용돈도 부쳐주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연락을 끊었고 어머니는 A양과 동생들을 위해 편의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혼자 모든 생활비를 버는 상황에서 A양 가족이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돈은 20만원이 전부였다.
A양의 어머니는 어린 자녀들이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사고 싶은 걸 사지도 못하는 걸 보면서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A양의 어머니는 연락이 끊긴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고, 어머니 혼자 고생하는 모습과 막내 동생이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유치원에도 가지 못하는 걸 지켜만 봐야 했던 A양은 답답한 마음을 한 자 한 자 적어 법원에 냈다.
A양은 진술서에서 "이혼이라는 말은 쉽게 하는 건 아니지만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게 되면 한부모 가족이 돼 대학교까지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직 한글을 읽지도 못하는 막내 동생을 유치원에 보낼 수 도 있을 것이고 엄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판사님! 제발 저희가 꿈을 잃지 않게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A양의 어머니의 이야기와 A양의 진술서 등을 검토한 뒤 다음 달 초 이혼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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