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SK에너지는 윤활유에 이어 이번 석유와 화학 부문 분사를 통해 또 한번의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SK에너지는 너무 큰 공룡과 같다"며 "SK에너지의 영업이익이 정체된 상태이며 변화가 없으면 지금 수준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분사 이유를 설명했다. 혁신적 변화 없이는 SK에너지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SK에너지는 이번 석유와 화학 부문 분사를 통해 종전 상호 의존형적 구조를 탈피, 독립되면서 전문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석유부문은 업종 특성상 성장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판단아래, 분사를 계기로 화학부문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과 투자 및 발빠른 M&A를 단행해 신소재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미 산유국들이 직접 정유ㆍ화학 분야에 진출하는데다 전통 수출 시장인 중국ㆍ인도도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등 대외적인 변화가 거센 가운데 기존 SK에너지의 몸집으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SK에너지는 석유와 화학 사업 분할 후 본사에 남게되는 자원ㆍ개발(E&P)와 연구ㆍ개발(R&D)사업이 남아 사실상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된다. 분사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발빠르게 사업 재구성을 꾀할 수 있다.
석유부문은 해외 마케팅을 대폭 강화해 수출을 늘리고 안정적인 성장과 본원적인 경쟁력을 키우려는 게 핵심이다. 이미 에콰도르에서 정유업과 관련한 사업 기회를 50% 가까이 선점한 상태인데 석유 부문에서 이를 최대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또 해외 탐사 개발과 생산 등 전 과정에 대한 광구 운영권을 확보하고 탐사 성공률을 2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인수ㆍ합병(M&A)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부문은 석유 정제에서 원료를 얻는 의존형에서 벗어나 신소재를 개발하고,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화학제품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함과 동시에 수요 중심의 글로벌 무대를 공략하겠다는 것. 이 역시 SK그룹이 최근 자원ㆍ개발(E&P)사업을 진행중인 페루에서 석유화학 사업을 검토중이며 SK에너지 화학부문이 이 사업과 협업을 맺게 된다.
더불어 분사 후, 석유와 화학의 독자 경영 체제를 통해 시장과 자본을 가진 파트너를 찾아 SK에너지의 뛰어난 기술력과 상호 보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비핵심 자산은 순차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구 사장은 "석유와 화학 부문 분사로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해 '퀀텀 점프'를 하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퀀텀 점프는 어떤 현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게 아니라 계단을 오르듯 단숨에 발전하는 현상을 뜻한다.
구 사장이 분사를 통해 성공을 확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10월 윤활유 부문인 SK루브리컨츠가 SK에너지로부터 분사하면서 두 회사가 톡톡히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는 분사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다. 특히 호주 'GM홀덴'에 제품 공급 계약, 스페인에 윤활기유 공장 건립 등 분사 이후 해외진출에 속도가 붙었다.
한편, SK에너지는 분사로 인해 회사 내 큰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회사 내 회사(CIC)' 체제를 도입한 뒤 사실상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인적ㆍ물적 자원이 그대로 유지되고 분사할 회사의 대표도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해당 CIC를 맡는 사장이 유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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